어느 패잔병 이야기.

by coldsky

http://youtu.be/JCguq3hTC2M
이 영상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




목마 패거리에게 처참하게 패한 그는 지온의 이름 없는 병사였다.

아군은 이미 패퇴하였고 그는 외로이 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다.

'만일 낙오한다면 오데사로 집결하라!'

마치 전투의 결과를 알고 있었던것처럼, 지휘관은 이 전투 이후의 집결지를 공지했었다. 그는 길도 없는 사막에서 오데사로 향했다.

곳곳에 크고 작은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차마 수습하지 못한 동료의 시신과 물자들.... 이미 쓸만한 것은 연방군이 모두 챙겨간 후였다.

널부러진 가방을 뒤지던 그는 반쯤 뜯어진 시레이션을 찾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그는 이름 모를 가방의 주인에게 고마음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주린 배를 채우고 나니, 주변 환경이 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 큰 전투는 아니었나보다. 건너편에 보이는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자쿠 한대가 쓰러져 있었다.

'움직일 수 있을까? 최소한 통신이라도 된다면 좋겠는데...'

자쿠의 콕피트는 비어 있었다. 파일럿은 무사히 탈출한것 같다. 탈출 후 전투에 휘말렸거나 연방의 포로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좁은 콕피트안에서 죽지는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래봐야 중력의 저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겠지만...

그는 콕피트에 앉아 내부를 살폈다. 코로니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파일럿을 지원해 훈련까지 마쳤지만, 소위 뉴타입이라는 이들에게 밀려 탈락했던 그였다.
뉴탑입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양산형의 싯트도 주어지지 않았다.

다시 자쿠의 콕피트에 앉으니 그 때의 감각이 돌아왔다. 동력은 살아 있었다. 연방의 멍청이들도 핵융합 제네레아터를 함부로 파괴하는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는 아는것 같다.

메인 카메라는 전투중 부서졌는지 들어오지 않았지만 2대의 서브 모니터는 아직 살아 있었다. 미노프스키의 입자가 아직 남아 있는지 통신은 되지 않았다.

자쿠를 움직여 보았다.
오른쪽 팔이 날아갔고, 왼쪽 다리 관절의 서보 모터가 불안하다.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쿠를 일으켜 세웠다.

매거진의 이전글지평선에 걸린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