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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슬 Apr 02. 2019

황당하지만 위험한 '인보사' 사태

발암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유전자치료제로 허가?

요 며칠 ‘인보사’ 얘기가 뜨겁습니다.   <인보사-케이주> 주사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관절염 치료제로, 시술과 입원비용까지 따지면 7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이미 3,000명가량이 주사를 맞았을 정도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던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대체 어떻게 관절염을 치료하기에 사람들이 그 비용을 대면서 주사를 맞는 것일까요?     


코오롱생명과학(주) 에서 개발한 인보사-케이주


인보사는 총 2가지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연골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연골유래 세포입니다. 연골세포는 연골의 재생을 위해 투여하는 것이고,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연골유래 세포는 관절 부위의 세포에 염증을 억제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전달합니다. 이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작용을 함으로써, 주사 이후 1년 동안 관절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낸다는 혁신적인 약이죠.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기존에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연골유래 세포”라고 알고 있던 세포가 알고 보니 연골세포가 아니었다는 것이 최근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2003년부터 키워왔던 연골유래세포(?)가 알고 보니 남의 자식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2003년부터 모든 임상시험도 그 연골유래세포(?)로 진행을 했었고, 효과도 그 연골유래세포(?)를 주입해서 봤던 것인데 정작 그 세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니었던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둥지에 뻐꾸기 알이 들어있었던 것이죠.  


뻐꾸기들의 '탁란'. 큰 알이 뻐꾸기의 알이고, 작은 알은 희생양이 된 다른 새의 알이다.


문제가 된 세포의 정체는 태아의 신장 유래 세포를 변형시킨 GP2-293. 까다롭게 배양 조건을 맞춰줘야지만 생존하는 일반적인 세포들과는 달리, GP2-293의 부모가 되는 HEK-293 세포주는 대충 막 던져둬도 알아서 잘 크기로 유명한 녀석입니다. 왜냐면 HEK-293에는 발암유전자인 oncogene을 활성화시켜 뒀거든요. 코오롱에서는 이 녀석을 10년이 넘게 연골유래세포로 알고 열심히 키워서 이것저것 임상시험을 진행했었는데, 의외로 그걸 척척 다 해냈던 겁니다. 장원급제한 양반가 장손에게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까, 대역죄를 저지르고 종놈이 된 돌쇠와 마님 간의 하룻밤 불장난이 드러나 버린 것이죠.      




물론 그간 모든 임상시험을 GP2-293 유래 세포를 이용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효능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출생의 비밀이 크게 영향은 없을 거란 것이 코오롱 생명과학측의 설명입니다. 그렇지만 GP2-293의 유래는 HEK-293이고, 해당 세포주는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세포주입니다.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했다고는 하지만 장기간의 추적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해당 세포주로 인해 관절 부위에 암이 생기는지를 단언하긴 힘듭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사고지만,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죠.      




추후 조사가 더 이루어져야 자세한 전말이 나오겠지만, 환자들에게 피해가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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