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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문주 Feb 17. 2020

영국 왕자비의 20만 원대 이탈리아산 가죽 가방

윤리적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전통적으로 고객이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에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였습니다. 뛰어난 품질저렴한 가격이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하나를 더 원합니다. 바로 윤리적인 제조 공정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심지어 가격도 약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죠.


사실 말은 쉽지만, 패션 브랜드가 이 3가지를 모두 제대로 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윤리적으로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고 절대 품질을 희생해서는 안 되니까요. 하나를 잘하면 나머지를 못하게 될 수밖에 없는 관계라서 균형을 찾아내고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소비자일 때는 잘 모르더라도 실제로 공급자의 입장에서 직접 해 보면 말도 안 되게 어렵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그런데 이걸 모두 해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뛰어난 품질, 윤리적인 공장 운영, 철저한 투명성을 모두 갖춘 브랜드죠.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 에버레인(Everlane)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콜리젯(COLIZET)의 사명 중 하나인 '좋은 상품은 널리 알린다'를 실천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제품 광고와는 전혀 무관하며, 오로지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만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바로 이 가방을 만든 브랜드입니다. 영국의 왕자비 메건 마클이 들어서 화제가 되었죠. (최근 이 부부는 왕족의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만, 아직 직함이 명확하지 않아 편의상 왕자비라고 표현했습니다.) 가방의 이름은 '데이 마켓 토트'입니다. 노트북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있는 편이면서도 기본적인 디자인이라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가방이에요. 이런 디자인은 유행도 타지 않아서 몇십 년이고 들 수 있죠.


게다가 소재도 좋습니다. 100% 이탈리아제 가죽을 썼어요. 보통 이 정도로 큰 가방이 소재가 좋으면 가격이 확 높아지곤 하는데, 이 가방은 가격이 얼마일까요? 한국 가격을 기준으로 221,000원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죠. 명품 브랜드라면 몇 백만 원은 할 것이고,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최소 50만 원 이상은 할 정도의 품질입니다. (그보다 좀 더 아래 가격대인 SPA 브랜드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품질이죠. 비슷한 제품들은 많이 봤지만 품질을 이 정도로 맞춘 제품은 없었어요.) 그런데 가격은 그 절반밖에 안 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처음에 에버레인을 소개하면서 철저한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그것 때문에 이 가격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상품들은 제품에 대한 모든 비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소매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이윤을 내요.


하지만 에버레인은 재료비부터 시작해서 인건비, 수송비 등 제품에 관련된 모든 비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용을 공개하다 보니 당연히 높은 마진율은 붙일 수 없고 합리적인 선에서 낮은 마진율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죠.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 이렇게 비용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정말 자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결단이죠. 마진율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공개했을 때, 그에 따르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브랜드도 이런 전략으로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에버레인은 그야말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방법으로 이걸 해낸 것이죠.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칭찬할 점이 두 가지나 더 남아있거든요. 그중에서도 일단 윤리적인 공장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는 가격이 낮아질수록 노동 착취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것 역시 마진율을 높게 가져가기 위한 목적이죠. 아프리카 등 주로 제3세계 국가들의 아이들의 노동력을 아주 싼 가격에 활용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하지만 에버레인은 소비자가 이런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구입할 수 있게 공장 운영에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공정한 임금, 합리적인 노동 시간, 근무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 개별 공장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준법 감사를 실시합니다. 그렇다고 품질을 희생하지도 않아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면서도 별도의 노력을 통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관리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에버레인은 트렌드 대신 내구성을 택하고 있어요. 트렌드를 추구하면 어쩔 수 없이 패션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얼마 전에 유행했던 것이 바로 촌스러운 것으로 바뀌니까요. 이런 상품들은 내구성을 희생하고 빠르게 소비될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됩니다.) 이런 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래가는 디자인을 택합니다.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소재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고객이 최소 10년 이상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요. 예를 들면 최고급 캐시미어 스웨터, 이탈리아 수제화, 페루비안 피마 티셔츠 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리고 요즘에는 관리하기 쉬운 상품을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신상품 중에 실크 파자마가 있는데요. 이 상품은 세탁기에 빨래를 해도 괜찮은 소재라서 일반 면 파자마처럼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꾸준히 지켜보다 보니 이런 상품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칭찬을 많이 했는데요. 이렇게 에버레인은 칭찬할 점이 많은 브랜드이지만 미국에서 배송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한국 홈페이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로 배송하려고 하면 배송비가 높고 배송 기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23만 원 미만으로 주문하면 배송비만 해도 35,000원이고 배송 소요 기간도 4-7일 정도 걸립니다. (23만 원 이상일 때는 배송비가 17,500원입니다.)


이런 불편함이 있기에 한국에서도 에버레인과 비슷한 전략으로 성공하려는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에버레인을 능가할 정도의 브랜드는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브랜드가 탄생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번 글을 마칠게요.





*이 글의 반응이 좋으면 에버레인(Everlane)의 상품을 직접 사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리뷰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


*정말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좋아해 주셨어요. 무려 조회수 10만, 좋아요 50개를 넘어섰습니다. 에버레인에서 상품을 주문했답니다.


*상품이 배송되는 동안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네요. 조회수 20만, 좋아요 100개를 기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상품이 배송되어서 리뷰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유튜브 채널 콜리젯TV와 브런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은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조회수 40만을 돌파했습니다.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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