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 리뷰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압도적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인간의 삶이다. 눈부시게 흐르는 강은 여전히 찬란한데, 그 위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는 비극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눈은 즐겁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1992)은 노먼 매클레인(1902-1990)의 자전적 소설 <A River Runs Through It>(1976)을 원작으로 한다. 로버트 레드퍼드(1936-2025)가 연출, 제작한 이 영화는 20세기 초 몬태나를 배경으로, 두 형제와 그들을 키운 목사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세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는 플라이 낚시다. 낚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비유하는 장치로 쓰인다.
영화는 노년의 노먼이 고향 강가에 앉아 낚싯줄에 미끼를 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이 든 노먼에게 젊은 날 아버지의 기억이 흐른다. "노먼, 글 쓰는 거 좋아하지? 언젠가 준비되면 가족 이야기를 써 봐라.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게 될 거야."
장로교 목사이자 플라이 낚시꾼인 아버지에게서 아들 노먼(형)과 폴(동생)은 낚시를 배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두 형제는 서로 다르다. 형제는 모두 건강하고 용감하지만, 노먼은 성실하고 폴은 도전적이다. 성인이 된 노먼은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동부로 유학을 떠나 학문의 길을 걷고, 폴은 지역에서 기자가 되어 주목받는다. 그러나 폴의 자유분방함은 점차 무모함으로 번져 도박과 빚의 늪으로 빠져든다. 두 형제가 낚시할 때만큼은 유년 시절 그대로였지만, 현실의 삶은 점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영화의 비극은 폴의 죽음이다. 도박 빚에 휘말린 그는 살해당하고, 단란했던 가족은 다시는 모일 수 없게 된다. 노먼은 마을 축제에서 만난 제시와 함께 고향을 떠나 새 가족을 꾸린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아버지와 어머니, 제시도 남지 않은 시간 속에 홀로 남는다.
영화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미끼를 꿴 노먼은 바위에서 일어나 강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찬란한 물결 위로 낚싯줄이 드리워지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아름다운 아이였잖아." 생전 폴은 자신만의 리듬을 '그림자 던지기'라 불렀다. 반드시 실체가 있어야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그가 분명히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었다. 인생은 예술 작품이 아니기에 삶의 찬란한 순간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강 위에 드리운 그림자는 그들이 함께 있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로 남는다.
폴의 그림자 던지기는 그의 고유한 방식이었다. 각자의 그림자는 다르지만, 같은 강가에서 낚시를 이어간 그 순간은 그들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노먼에게 플라이 낚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랑과 상실이 겹겹이 남긴 존재의 기억이 된다.
때로는 가족이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알기 어려운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속 아버지의 마지막 설교처럼 "오롯이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다."
노먼은 아마 아버지가 남긴 말에 대한 답을 이미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같은 답에 다가간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겪게 될 상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남기는 불편함은 단순히 해피엔딩의 부재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삶은 계속 흘러가야 한다는 냉혹한 사실, 행복이 영원하지 않음을 마주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본다.
한국어 제목 <흐르는 강물처럼>은 '삶은 흘러간다'는 위로를 담고 있지만, 원제 <A River Runs Through It>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이 삶 전체를 꿰뚫고 지나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흐름 속에는 살아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기억과 아픔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결국 이 영화는 비극 속에서도, 그 강을 통해 드러나는 아름다운 찰나의 영원을 보여준다.
※ 본 글은 PC 버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 실린 사진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1992)의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