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나 그리고 둘>, 뒷면이 만드는 삶의 입체감

“아빠,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

by Cho

‘영화인들의 영화’라 불리는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2025년의 마지막 날, 한국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칸영화제에서 제53회 감독상을 수상, 제78회 칸클래식으로 선정되었던 <하나 그리고 둘>은 영화감독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씨네 21에서는 ‘1995-2024 해외영화 베스트 10’의 1위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 영화 100선’ 중 12위로 선정된 바있다.


2000년에 개봉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이 25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영화인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만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매혹적인 색감, 치밀한 구도와 스토리상 구조 등 에드워드 양 감독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그중 오늘 얘기할 <하나 그리고 둘>의 매력은 영화가 담아낸 혼란스러운 뒷면이 보여주는 삶이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한국 포스터 (C) 한국 배급 에무필름즈


“아빠,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
앞만 보고 뒤는 못 보니까 반쪽짜리 진실만 보이는 거죠.”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결혼식 피로연의 준비 현장을 비추며 시작된다. 화려한 결혼식의 전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보통 마주할 일 없는 무대 뒤의 모습이다. 그렇게 진행된 결혼식은 신랑이 바람나서 생긴 아이 때문에 빠르게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바람으로 시작된 결혼의 뒷면에는 신랑을 찾아온 여자의 울부짖음이 있었다. 이처럼 영화는 내내 흔히 볼 수 없는 ‘뒷면’을 그린다.


아름다운 결혼식 뒤에 숨겨진 신랑의 바람, 투자로 성공하겠다며 호언장담했지만 이를 위해 진 빚더미, 혼수상태가 된 어머니와 더는 버틸 수 없던 현실, 친구의 전 남자친구에게 품게 된 부끄럽지만 설레는 마음, 위기를 마주한 회사와 좋은 사람을 배신해야만 하는 상황, 사랑하는 가정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한 가족의 ‘뒷면’으로 가득한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흔히 볼 수 없는 뒷면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니 이를 보는 관객은 불편하면서도 안쓰러운 감정을 어찌할 수 없다. 등장인물들의 뒷면은 차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이러한 뒷면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평생 살면서 스스로 볼 수 없다는 뒤통수와 같이 그들 스스로조차 뒷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은 남자아이, 양양은 그런 사람들의 뒤통수를 찍는다. 어린아이의 렌즈 속에 숨겨진 뒷면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없던 일인 척, 모르는 척하는 숨겨진 진실을 어린아이는 비추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뒤통수를 양양은 사진으로 남긴다. 스스로를 거울로도 앞만 볼 수 있는 이들에게, 앞면이라는 반쪽짜리만 볼 수 있는 이들에게 나머지 반쪽을 보여준다.


양양과 아빠, 팅팅과 할머니 (C) 한국 배급 에무필름즈


여자아이, 팅팅은 자신이 품었던 부끄럽지만 순수했던 감정에 상처를 받고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왜 세상은 우리 생각과 다를까요?” 세상은 어쩌면 절대 그 진실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따라서 사람들이 평생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게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숨겨진 반쪽을 보지 못했다고 믿지 못하고, 세상을 두려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뒷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뒷면이 있다는 사실조차 평소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의 숨겨진 뒷면을 걱정할 수 있을까?


뒷면은 일부러 애써 숨기고 감추어 온 추악한 모습이 아니다. 때로는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부끄럽고,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절대 악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 그저 그 또한 누군가의 삶이고 선택일 뿐이다. 이러한 뒷면은 단순히 앞과 뒤로 나뉘지 않기도 한다. 사람은 상황과 사람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로 나뉘며 다양한 성격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저 우리가 마주하는 순간이 앞면, 그 외가 뒷면이 될 뿐이다.


그런 앞면과 뒷면, 하나하나의 다른 삶을 에드워드 양 감독은 <하나 그리고 둘>에 담았다. 영화 속 가족들은 가족에게 보여주는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피카소가 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며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얼굴을 합쳐 하나의 얼굴을 만들었듯, 사람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 한 사람을 만든다. 그렇기에 같은 사람을 두고도 누군가는 조용한 사람으로, 누군가는 활기차고 재미난 사람으로, 누군가는 기억조차 안 나는 모호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에드워드 양, 아니 양양은 사진에 뒷모습을 담고는 할머니에게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겠다 다짐한다. (C) 한국 배급 에무필름즈


“왜 우리는 처음을 어려워할까요? 인생의 하루하루가 다 처음인데.”


그러니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만나 소통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는 녀석을 너무 앞서서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 삶은 아름답기만 할 수 없다. 동시에 그처럼 더럽기만 하지도 않다. 빛과 어둠, 앞과 뒤가 함께 있기에 입체적이고 살아있을 수 있다.


종종 영화감독들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빌려 하고픈 말을 전한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은 주로 카메라를 든 남자아이, 양양을 통해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그들이 모르는 걸 알려줄래요’라고 다짐했던 양양의 말대로, 영화 속 뒷면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꿰뚫어 되돌아보고, 타인의 뒷면을 존중할 줄 알며, 보이지 않는 세상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 본 게시글은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영화 시사회 후기입니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 (2000)

감독 에드워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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