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한 번씩 합천에 가서 소고기를 사 오신다. 부산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장인어른의 고향이 합천이기도 하고 그곳에는 장인어른의 동향 후배가 하고 있는 정육점이 있기 때문이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연(?)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질 좋은 고기를 넉넉하게 받아오게 된다. 한번 갈 때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가득 사 오시는데, 이곳은 이미 입소문도 났고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 사이엔 유명한 정육점이다.
내가 살치살을 좋아하기도 하고 기름진 부위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 가져다주신 소고기는 너무나 안성 맞춤이었다. 실제로는 빛깔이 더 좋고 어느 부위 하나 부족함이 없다. 고기를 구워서 입안에 넣으면 그냥 온데간데없다. 몇 번 씹으면 허락도 없이 목 안으로 넘어가고 있다. 어느 정도 오버를 해서 말하고 있지만, 그만큼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다. 아내는 돼지고기를 선호하고 나는 소고기를 더 선호한다. 나는 돼지고기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기 때문에 고깃집을 가면 대부분 삼겹살을 먹게 된다. 한 번씩 소고기를 먹는 순간이 오면 아내는 젓가락을 길게 잡지 않는다. 소고기가 느끼해서 많이 못 먹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는 고기들은 아내의 젓가락질을 꾸준하게 만든다. 느끼하지 않고 고기가 고소해서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단다. 나 또한 한우를 대하는 입맛이 이곳의 고기 수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다른 고깃집이나 한우 전문점을 가도 실망을 할 때가 많다. 그만큼 이곳의 고기의 질은 좋았고 가격도 상당히 메리트가 있었다.
블로그를 2년 넘게 하면서 처음으로 지도를 태그 해본다. 그만큼 황매축산은 그러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택배 배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방문자 리뷰가 129개가 넘고 대부분 별이 5개이고 좋은 글밖에 없는걸 보면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보다. 장인어른이 합천을 가신다는 소리를 들으면 설레기 시작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난 조건형성이 돼버린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갱, 우리 장모님 댁에 시우데리고 갔다 올까? 장인어른 오늘 출근 안 하시잖아.]
[오늘 합천 가셔서 집에 아무도 없을걸?]
[합천? 오늘 합천 갔다 오신다고?]
합천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내 혀와 손과 온몸은 떨고 있다. 합천을 다녀오시면서 매번 고기를 사오셨기 때문이다. 한 번씩 아내가 그냥 삼겹살이 먹고 싶다며 전화로 장인어른께 삼겹살만 사 오라고 했을 때,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모른다. 왜 소고기를 사 오신다고 하는데 굳이 만류하고 마다하며 삼겹살만 사 오라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볼 뿐이다. 내가 장인어른께 당당히 소고기를 사 오라고 부탁하는 것도 이상하고 장인어른은 알아서(?) 한우를 사 오시기 때문에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소고기를 사준다는 것은 아내한테 더 잘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돼지고기는 그냥 사줄 수 있지만 소고기를, 그것도 한우를 그냥 사주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인어른, 저는 오늘도 설거지부터 청소까지 열심히 가정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