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아내와 시우와 함께 산책 겸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고 제법 많은 줄이 있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서 도장을 찍고 나오는 것으로 투표는 끝나기 때문에, 시간이 올래 걸리진 않았다. 문제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들이 낮잠을 잘 시간인데 자지 않아서 걱정이란다. 돌잔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혹시나 스냅사진과 돌잔치 때 시우가 졸거나 짜증을 부릴까 겁난다는 이유였다. 나는 시우가 울더라도 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자더라도 자는 모습도 시우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만 0살의 아기는 그런 거니까. 이런 내 생각을 이야기하려면 분명 아내한테 뜯길(?) 각오를 해야 한다.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아들의 수면패턴을 맞추고 시우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남편은 '아기니까 내버려 둬' 하고 있으니 화를 낼 수밖에.
점심은 차돌박이를 시켜서 집에서 먹었다. 고깃집은 코로나가 무서워서 싫고 집에서 고기를 사 와서 굽는 것은 시작과 끝이 너무 힘든 여정이라며 싫단다. 코로나 격리로 그간 고생했을 텐데 시키는 게 뭐 대수랴. 맛있게 먹고 나서 마트에 갔다. 특별히 살게 많진 않았지만 홈플러스에서 세일도 하고 소화도 시킬 겸 나간 것이었다. 유모차에 있던 시우는 결국 꼬장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전투표 때도 유모차에 있었고 마트에서도 유모차에 있으려니 좀이 쑤셨겠지. 결국 아내가 아들을 안고 마트를 떠나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스타벅스를 들리자고 했다. 사실 오전에 투표를 하고 오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해서 집에서 먹고 왔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욕구는 없었다. 아내는 스벅을 왜 가냐고 나에게 물었다.
[갱, 예전에 이거 사달라며. 젤리 어쩌구. 그거 사러 가는 거야.]
아내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드라이브스루로 젤리 핸드백을 샀는데 핑크색과 브라운 색중에 브라운을 골랐고 아내는 저 가방 안에 카드지갑을 넣어 다닐 거란다. 젤리 핸드백은 카드지갑이 들어가면 더 이상 다른 물품이 들어가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시우를 유모차에 태워서 나갈 때 저 가방을 들고 가겠다며 나한테 보여주며 인스타에 사진도 올리며 기분이 좋았다. 아내는 젤리를 싫어해서 내가 맛별로 먹어 봤는데, 이건 돈 주고 사 먹을 맛은 아니다. 그냥 가방을 17900원에 샀다는 걸로 만족해야 했고, 제품에 대한 가성비를 따지자면 아쉬울 수 있지만, 아내의 웃음을 포함한다면 가격은 아주 저렴했다. 내가 시우랑 같이 놀아주면서 아내는 조금은 쉴 수 있었고 여전히 틱틱대긴 했지만 지난날처럼 날카롭게 나를 몰아붙이진 않았다.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하루 만에 풀리지는 않겠지만, 마음에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우울한 감정은 가만히 두면 더 곪기 때문에 옆에 있는 이의 도움이 절실하다.
나누기를 계속하다 보면 0에 수렴하는 것처럼 우울한 감정도 함께 나눠서 없애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