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관종이라고?

by 돌돌이

우리 가족은 저녁에 아파트 주변을 산책한다. 비가 올 예정인지, 바람이 선선해서 산책을 하기에 좋았다. 아들 시우는 자신의 자가용을 타고 갔다. 우리는 시우에게 먹일 소고기를 사고 단골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 음료를 주문하고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하시는 한 할아버지를 보고 시우는 인사를 했다. 시우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상대에게 인사를 하는데,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그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고 반갑게 인사를 했고 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할아버지에게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를 하라고 하자 시우는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KakaoTalk_20220710_195500869.jpg?type=w1


그 할아버지는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만 원을 꺼내서 시우에게 건넸다. 시우의 인사가 기특해선지, 존재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는 모르지만, 시우는 돈을 손에 쥐고 다시 인사를 했다. 괜찮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고 만류했지만 할아버지는 시우에게 돈을 꼭 쥐여주시곤 갈 길을 갔다. 시우는 누굴 보더라도 인사를 한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인사성이 좋은 아이라고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누군가를 보면 고개를 꾸벅 숙이거나 손을 흔들어서 인사를 한다. 나도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면 이웃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기는 하지만 시우처럼 적극적으로 인사하지 않는다.


시우의 인사는 아내와 내가 동일한 행동을 하면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서 습득하게 한 것이다. 우리가 인사를 하는 모습을 따라 할 때도 많지만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더욱 신나게 인사를 할 때가 많다. 아기한테 이야기하면 과격한 표현이지만, 시우는 확실히 관종의 끼가 있다. 좋게 말하면 남들의 반응을 즐기고 자신의 끼를 표현하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관심을 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KakaoTalk_20220710_092629235_03.jpg?type=w1


우리가 며칠 전에 갔던 카페엔 룸 형태의 공간이 있었다. 아들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카페에 있는 손님들이 자신을 바라봐 주길 바라면서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하고 눈을 마주치려고 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사진으로 남겼는데, 벌써부터 이런다며 아내는 걱정을 한다. 본능으로 행동하는 어린아이가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 한편엔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놓고 표현을 하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구걸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다.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충분히 멋지니까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곤 있지만, 시우의 솔직한 행동을 내심 부러워한다. 자신을 바라봐 줄 때까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하고 옆을 서성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에 있을 때에 느끼는 불편한 감정과,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공간에서 받는 느낌은 다르다. 시우의 이런 적극적인 행동은 자신을 사랑해 주고 귀여워해 주는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 하는 행위일 것이다. 만 1세의 아기라서 허용이 가능하겠지만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고 처음 보는 상대의 눈을 마주치는 아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런 용기 있는 녀석이 내 아들이어서 뿌듯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들의 체온이 39.5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