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시우는 열이 났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열을 재어보니 39.5도였다. 부랴부랴 해열제를 먹이고 다니던 소아과의 예약 자리를 알아봤다. 갑작스레 열이 나니 시우도 힘이 드나 보다. 열이 나고 몸이 힘든데 밥 먹을 힘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달달한 비타민과 간식은 잘 먹는 것을 보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픈 시우를 두고 출근을 했고, 아내는 시우와 함께 병원을 다녀왔다. 요로 감염, 돌치레, 코로나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코로나는 아니었고 감기 증상처럼 목이 붓거나 기침을 하는 증상은 없었다. 당장 열이 나니, 해열제와 항생제를 받아 왔다. 시우가 이틀 이상 열이 계속 나고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입원해서 원인을 알아보자고 소아과 원장님이 이야기를 했단다. 사실 증상의 호전이 없으면 내가 일하는 병원에 응급실로 입원시킬 생각이었다. 항생제를 먹으면 요로 감염에 대한 원인 감별이 어려워지지만 진단보단 열 잡는 게 우선이었기에 이틀 치를 처방받아 왔다.
출근을 해서도 아들 걱정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ERCP 시술을 하다가 짬을 내어 아들의 증상을 물어보았고, 아내는 있는 그대로 나에게 답변을 해 주었다. 열이 나도 시우의 컨디션은 크게 떨어지진 않는단다. 시우가 아플 때는 보고 싶어 하는 핑크퐁 유튜브를 오랫동안 보여주고 식사 대신 우유로 먹이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시우를 컨트롤하고 있었다. 4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이고 있었고, 컨디션에 맞춰서 식사를 주고 간식도 챙겨 주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기 전 시간에 맞춰서 2시간 단위로 성분이 다른 해열제를 교차 투여하여 시우의 열을 내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우의 열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해열제를 투여하면 37.5 정도의 미열이 체크되지만 약효가 끝나고 나면 다시 38도 대로 열이 오른다.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먹지 않고 밥을 떠먹여주면 삼키지 않고 입안에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간식과 우유는 거침없이 먹는 모습을 보니 목이 아프다기보단, 열로 인한 컨디션 난조를 생각하게 된다. 시우는 코로나를 앓을 때도 고열로 고생을 했었다. 그때는 코로나라는 원인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원인 감별이 잘되지 않아서 답답하다. 볼에 불긋한 것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돌치레를 의심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열을 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평소보다 더 칭얼거리고 힘이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온다.
보통 때면 내가 퇴근을 해서 집에 오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안아주는데, 오늘은 멀뚱히 쳐다보고 '아빠'만 외칠 뿐이었다. 거실에서 힘없이 아빠를 외치며 나를 바라보는 시우를 보고 눈물이 날뻔했다. 시우는 나를 한번 부르곤 뒤편에 있는 태블릿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안도의 눈물이 났다.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팔을 들어 올리고 영상을 보며 춤추는 것은 같았다.
P.S
시우야. 엄마 아빠가 있으니 아파도 돼. 시우가 또 아파야 한다면 아빠가 대신 아프고 싶네.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구나. 고맙고 사랑한다, 아들. 잘 이겨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