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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쁜 카페 가고 싶어. 도마뱀 카페 말고.

by 돌돌이

우리 가족의 주말은 대부분 아들의 취향에 따라 정해 진다. 양이 있는 교외 카페를 가거나 사슴과 토끼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을 오전 일찍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점심엔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재운다. 낮잠을 자고 나서 시간이 애매하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여유가 있으면 친정이나 처가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루틴 속에서 아들인 시우가 하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아내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자주 가는 양과 사슴이 있는 그곳은 농장에 가깝다. 커피를 팔긴 하지만 엄연히 자릿세의 개념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런 곳을 카페라며 격주로 가는 것이다. 아들은 주말이 되면 나에게 양 보러 가자, 말 보러 가자며 시동을 건다. 그리고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나에게 묻는다.


[오늘 어디 갈 거야?]


아들의 이런 질문에 그냥 집에 있을 거라고, 집 앞에 놀이터나 가자고 이야기할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이번주에는 전날부터 뱀 보러 가자길래 겨우겨우 양산에 있는 게코다방이라는 곳을 물색했다. 뱀과 도마뱀, 카멜레온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에 가게 된 것이다. 오픈런을 해야지 웨이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11시에 문을 열지만 10시 30분 전에 도착해서 순서를 배정받았다. 우리의 번호는 6번. 만약 10분만 더 늦었다면 우리는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나 보다. 아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카멜레온과 도마뱀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파충류를 싫어하는 아내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썩 달갑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결국 아내는 폭발해 버렸다.


[나도 예쁜 카페 가고 싶어. 매일 양 먹이 주고 말 있는 카페 말고. 지난주에도 키즈 카페, 오늘은 도마뱀 카페 가잖아. 이쁘고 좋은 카페 가고 싶단 말이야.]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아들이 좋아하는 곳을 가고 근처에 있는 맛집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남편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착각했었다. 주말엔 반드시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피로가 쌓이고 지치는 상황이긴 하지만 나 또한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빠로 따지면 90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하고 있지만, 남편의 모습으로는 30점 이하였다. 솔직히 아내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고 있었다. 주말엔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들을 전담마크하며 놀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었고 알면서도 아내를 모른 척해왔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우리 부부가 해왔던 카페 투어는 일상이자 취미의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양과 도마뱀이 있는 곳만 찾아가지 않는가? 아내의 절규가 와닿는 것은 나 또한 좋은 카페에서 즐거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낮잠을 깨고 나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예쁜 카페를 갔다. 디저트가 이쁘고 배경이 좋은 그런 카페. 사진을 남기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리는 이야기했다.


취미 생활중인 아내


[만약에 시우가 없었으면 예전처럼 예쁜 카페도 다니고 여행도 많이 갔겠지? 자주 못데려가서 미안해.]


[아니야. 시우 태어나서 더 많이 웃었잖아]


가슴이 몽글헤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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