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얼굴에 곤충 채집을 좋아하는 것까지. 시간이 갈수록 아들이 나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똑같이 생긴 녀석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이 묘한 감정은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뭉클함이 가미된 연민? 내 언어 실력으로는 아들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아들에게 사랑하다, 고맙다, 좋다는 몇몇 단어로 얽매고 싶지 않다. 대신 목마를 태우고 말타기를 하고 책을 같이 보고 공룡놀이를 함께 하면서 몸으로 이야기하고 체온을 나누는 것이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너와 보내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아들은 알까? 다행히 아들은 과격하게 놀아주는 아빠를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을 혼내는 엄마보단, 혼내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는 아빠가 시우에게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작은 두 손으로 점토를 주물럭거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빠에게 뱀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공룡알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까지, 작은 손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아들. 아들옆에서 함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점토 놀이가 지겨워질 때까지 우리는 알을 만들고 다시 부수고 다시 만든다. 매번 같은 동그란 공을 만들어 줘도 아들은 공룡알이라며 좋아한다. 여러 개를 만들고 큰 것으로 하나를 만들어도 매번 새롭게 바라본다. 익숙한 것들에서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는 녀석의 관점이 마음에 든다. 지겨워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놀이를 즐기는 모습.
어느 순간부터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구분하게 된 아들은, 공룡을 세워놓고 공룡놀이를 즐긴다. 아빠도 함께 하자며 항상 나를 부른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아들이 들고 있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공룡들이 쓰러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하고도 정제된 놀이에서 아들은 즐거움을 찾는다. 공룡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가면서 싸움을 붙이고 먹이를 준다. 시우에겐 공룡은 또 하나의 큰 세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힘이 세던 최강공룡 티라노 사우르스를 하루 내내 가지고 논다.
아직은 말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어려운 시우. 양과 사슴에게 당근을 줄순 있지만 말에게 주는 것은 낯설고 어렵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아빠를 찾는다.
[아빠가 말먹이 줘]
내가 아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굳건하게 지켜 나가야겠다. 내가 아프고 무너지면 가족은 없다.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너와 우리를 위해서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