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조리원에 입소한 지 일주일째.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언성이 놓아진다. 아내가 아들을 혼내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당사자가 되어보니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만삭의 몸으로 시우가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부렸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들이 만 3세에 가까워지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성질을 부린다. 어제도 내 폰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영상을 많이 봤으니 이제 폰을 끄라고 하니, 소리를 지르며 더 보고 싶다며 생떼를 부렸다. 시우가 지르는 소리에 욱해서 핸드폰을 뺏으니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리는 것이었다. 나도 시우에게 똑같이 소리를 지르고 크게 혼냈다.
아들은 나에게 크게 혼났고 크게 울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계속 울었다. 나는 아들이 스스로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에게 아들은 다가온다. 그럴 때면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다 울고 나서 아빠한테 와. 그다음에 안아 줄 거야.]
핸드폰을 갑자기 뺏은 것은 나도 모르게 욱해서였지만 소리를 지르고 아빠를 때리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애초에 핸드폰을 주지 말았어야 했지만, 정리도 해야 했고 할 일도 많아서 사진첩을 열어 주고 집안일을 한 것이다. 아들은 울다가 진이 빠졌는지 나에게 안겨서 눈을 감았다. 잠이 와서 잠투정을 한 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고 알려 주었다.
[시우야. 시우가 하고 싶으면 뭐라고 하랬지?]
[해 주세요.]
[그래. 아빠한테 ‘해 주세요’라고 하라 했잖아. 소리 지르고 아빠 때리면 돼? 그럼 아빠도 시우가 말 안 들으면 소리 지르고 때려도 돼?]
[안 돼요.]
[시우는 왜 아빠에게 소리 지르고 때렸어]
[말에게 먹이 주는 거 보려고 했어.]
[아하. 그 영상까지만 보고 아빠 주려고 했어?]
[응.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혼날 땐 아빠가 보고 싶다더니만, 지금은 엄마를 보고 싶단다. 일주일 넘게 못 보고 있으니 보고 싶을 수밖에. 아들을 달래고 휴대폰 불빛으로 그림자놀이를 한다. 작년 여름에 우리 가족이 거실에서 같이 잘 때 즐겨했던 놀이다. 아들은 그림자놀이를 좋아한다. 평소보다 더 길게 그림자놀이를 했다. 그리고 공룡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나니 시우가 곯아떨어진 것이다. 울다가 지쳐서 평소보다 일찍 잠든 시우. 훈육은 해야 하고 안 되는 것은 알려줘야 하지만 이렇게 눈물을 보이면 나도 마음이 약해진다.
P.S - 이렇게 아빠가 큰소리로 혼을 낸 적은 처음이어서 시우가 더 크게 울었다. 미안해서 잠이 안 온다. 시우도 결혼해서 육아를 할 때면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앞으로 30년 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