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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Mar 19. 2024

아들과 하는 ‘감사합니다! 놀이’

 자기 전엔 아들과 하는 루틴이 있다. 우선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고 그림자놀이를 한다. 자신이 거대해진 모습이 좋은 시우는, 춤도 추고 팔도 흔든다. 침대 위라고 이야기하고 제지를 하기 전까지 소리도 내며 흥겨워하는 것이다. 티라노 인형과 비둘기 인형을 가지고 그림자놀이도 하고, 발가락으로 따봉을(엄지 척) 하며 논다. 우리는 그림자놀이(따봉 놀이)를 하고선 아들의 침대에 같이 눕는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놀이를 한다.


[시우가 아빠, 엄마의 아들이어서 감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시작하면 시우도 같이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비슷하게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해서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주고받는다.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시우, 지우, 아내가 제 가족이어서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행복하고 건강하게 함께 해줘서 감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들은 따라서 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한다.


[내일 유튜브 보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공룡 대결 해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 감사합니다.]


양치하고 사진을 왜 찍어 달라고 하지?


 감사를 빌기 위해 종교적인 절대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감사해한다는 그 행위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긍정이 쌓이면 삶이 변한다. 매사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며 주체적인 삶을 산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자기 긍정을 하고 있다. 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아빠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초콜릿을 줘서 고맙다거나, 공룡 놀이를 함께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면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잘때가 예쁜 지우

 

 아들이 감사해하는 것은 사소한 일상이다. 초콜릿, 유튜브 영상, 공룡 놀이, 자석, 총싸움 등… 내가 감사해하고 바라는 것보다 더 작고 소중한 그런 것들이다. 나는 가족의 건강과 지금 누리는 행복을 감사해하고 있지만, 욕심 어린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한디.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56층에 살고 싶다거나 경제적으로 더 여유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런 나의 욕심과 허영보다 소중한 것은 아들이 내일 초콜릿을 먹을 수 있도록 잊지 않고 퇴근길에 초콜릿을 사 오는 것이다. 퇴근 후에 피곤하다며, 졸면서 소파에 앉아 쉬는 아빠가 아니라 함께 공룡놀이를 하고 총싸움을 하며 뛸 수 있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두 아들을 돌보느라 지친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는 남편이 되는 것이다. 아들의 감사기도 때문인지, 난 그런 아들과 가족의 감사기도를 이뤄주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넥카라 해서 삐진 토리


 내 존재는 다른 누구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난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부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따뜻한 날씨가 고맙고, 새들이 나를 위해 노래 부르는 것 같다. 내가 하는 농담에 웃어주는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집에서 나를 기다릴 아내와 두 아들이 고맙다.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었을 때는, 아들과 보내는 주말이 두려웠다. 힘들고 지쳐서,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하는 주말을 기다린다. 아들이 눈을 떴을 때, 아빠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아빠와 하루종일 놀 수 있다는 사실에 아들은 아침부터 소리를 내며 뛴다. 엄마가 혼을 내도 신남이 진정되지 않는 아들 보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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