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내에게 또 하나 배운다.
[오빠. 시우 앞에서 말 조심해야 해.]
아내는 밥을 먹다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건넨다. 최근에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쓴 적이 없다. 원래 욕은 하진 않았고 그렇다고 줄임말도 쓰지도 않았다. 시우 앞에서 어떤 말실수를 했던 것일까?
[우리 차사는 거. 오빠가 한 말 그대로 밖에서 따라 해. 하얀색 큰 차 산다고. 그 말 그대로 하거든.]
[사실 아니야? 그게 잘못된 거야?]
[아니. 잘못된 건 아니지. 그런데 시우가 어린이 집에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내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우리는 흰색 카니발을 계약했고 빠르면 4월, 늦어도 5월 안에 차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아들에게 이제 조만간 차를 바꿀 것이며 더 크고 좋은 차로 바꿀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아들이 주차장을 갈 때마다 이야기한다.
[우리 차 크고 좋은 걸로 바꾸지? 하얀색으로 말이야? 여기 이차 크다. 우리 차는 이차보다 크지?]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장난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해선 안 됐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사는 것은 올바른 삶의 태도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면 표현해선 안된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이야기를 들은 시우의 친구는 그 엄마와 가족에게 전달했을 것이고 그 가족은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말 많은 아들은 분명 그런 말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시우야. 차 크다 이런 말은 안 해도 돼. 시우가 이야기 안 해도 알고 있으니까. 알았지?]
[저기 이모차는? 이야기해도 돼?]
[그건 이야기해도 되지.]
[저기 저차 이모차랑 닮았다. 색깔이 다르네? 저기 저차도 이모차 아니야?]
내가 이모차 이야기는 해도 된다고 하자, 시우는 경차만 보면 이모차와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우리 집이 큰 차로 바꾼다며 자랑하는 거 보단 나으니 참아야겠지.
P.S - 나이와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구나. 어린 아내에게 또 하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