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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국 Jun 07. 2024

안 잘 거야. 더 놀 거야.

너 맨날 놀잖아?


 아들은 잠을 이겨내며 놀고 싶다. 어린이집에선 정해진 시간에 낮잠을 자지만 주말에는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자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 보니 저녁엔 졸려하는 게 눈에 보인다. 졸리는 와중에도 매번 다르게 놀기도 하고 같은 놀이를 하기도 하면서 놀이시간을 채워 나간다.


 

 아빠가 있는 주말은 더 기분이 좋다. 내가 일을 가지 않으면 함께 놀 수 있으니까. 오늘은 마트를 갔다가 집에서 놀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다. 평소 같으면 시우가 좋아하는 모래놀이터나 동물, 곤충을 보러 갔겠지만 옷도 살 겸 트레이더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트에서 돌아오면서 차에서 10분 남짓 잔 것이 전부였다.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놀생각에 잠을 깨고 돌아다녔다. 단지 내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수족구가 유행이라는 소식을 듣고 놀이터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와 주변을 같이 뛰고 잡기 놀이를 했다. 아내는 백일이 갓 넘은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서 천천히 우리 뒤를 따랐다. 시우는 걷다가 지치면 안아 달라고 한다. 나는 안아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목마를 태운다. 목마를 타고 신나게 말을 하는 아들. 시우는 10초 이상 말을 쉬지 않는다.


[저기 새가 있어. 지렁이 으 징그럽다. 아빠 파리 있다. 멍멍이다. 차 많다.]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게 되면서 그만큼 말도 더 많이 한다. 소리도 지르기도 하고 나랑 뛸 때는 크게 웃기도 한다. 아빠가 있으면 함께 뛰어다닐 수 있다. 장난을 쳐도 크게 지적하지 않고 과자를 먹을 확률도 늘어난다. 집에서 엄마가 둘째 지우에게 분유를 먹이고 낮잠을 재울 때면 엄마 몰래 마술쇼도 보고 젤리도 먹는다. 양심이 찔린 아들은 아빠랑 젤리를 먹고 티브이를 본 사실을 엄마에게 고해하며 미리 혼날 준비를 한다. 초자아가 높은 아들은 엄마가 무섭긴 한가보다.



[안 잘 거야. 더 놀 거야]


 오후 9시가 되면, 우리 집에서 항상 들리는 말이다. 자지 않고 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런데 잠이 와서 하품을 하고 눈이 감겨도 버틴다. 자는 것보다 노는 게 재밌구나. 피로를 이기고 버틸정도로 노는 게 즐겁구나.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주저 없이 잠들지 않았을까? 아들에게 정리하고 놀자며 거실을 정리한다. 생각해 보면 아들은 매일, 매 순간을 논다. 시우에겐 잠을 자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놀지 못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놀기 좋아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도 이랬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들에게서 내 과거를 엿보게 된다. 놀기 위해 자고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매일 먹고 싶은 아들.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부모만 알겠지?


P.S -너 맨날 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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