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실 간호사라면 알면 좋은 것들
내시경 검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 중엔 긴장을 많이 하는 분들이 있다. 수면을 하기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혹여나 내 몸에 나쁜 무언가가 있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오히려 검사를 여러 번 받는 암환자나 시술 환자들이 차분하게 검사를 받는다. 여러 번 경험해 보면서, 검사라는 게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금방 끝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열에 아홉은, 수면 약이 들어가고 나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 단편적으로 기억한다는 분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그 기억도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처음 내시경을 하거나, 할 때마다 긴장을 하는 분들도 많다. 검사실을 들어오면서 맥박이 130에 육박하는 분들이 있다. 대장내시경을 하러 오셨는데 너무 긴장이 된다는 것이었다. 탈수증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긴장을 풀기 위해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
[많이 긴장되시나 봐요. 맥박이 빨리 뛰세요.]
[할 때마다 긴장이 되네요. 후우]
[맞죠? 이번에는 장비우는 약 드시면서 안 힘드셨어요? 솔직히 검사받는 거보다 약 먹는 게 더 힘든데.]
[맞아요. 마지막 한통 남겨놓고 속이 울렁거려서 못 먹겠더라고요.]
대장내시경 검사보다 검사 전 약물 복용이 더 힘들다. 같이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 갈 때도 많다.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네요. 병원 오실 때 안 추우셨어요?]
[네.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아들차로 와서 빨리 왔어요.]
[아드님이 평일에 직접 태우고 같이 오셨어요? 효자시네요.]
[굳이 다른 사람 와도 되는데 월차 내고 저랑 같이 왔다네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수검자들이 알게 모르게 이야기하는 정보들이 있다. 자식자랑을 하고 싶은 분들에겐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비수면으로 검사를 하는 이에게는 검사를 너무 잘 받으신다며 나는 이렇게 못할 거라며 추켜세우기도 한다. 내시경 검사 전에 함께 온 보호자가 누구인지, 어떤 수술을 했는지, 복용하는 약물은 무엇인지, 이전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등 여러 정보를 파악하고 검사에 임한다. 보통 위 수술 하신 분들의 경우엔 꼭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다.
[ooo님, 매번 내시경 검사 잘 받으시니까요. 이젠 전문가 아닙니까?]
[선생님, 그래도 할 때마다 긴장은 돼요.]
[이번이 보자, 5년 차네요. 그동안 검사받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꾸준히 검사받는 거 아시죠?]
수술을 하고 몇 년이 되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위나 대장 수술 후에 생기는 불편함이 뭔지 묻기도 한다. 어떠한 답변이 돌아올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수검자의 긴장을 줄여준다는 것으로도 질문은 큰 의미가 있다. 대화를 하고 검사에 임하면 수검자가 협조를 더 잘해준다. 내시경 임상 교수님 중 한 명은 내방의 환자들은 다른 방의 수검자들보다 덜 움직인단다. 확증편향일 수도 있고 편견일 수도 있지만 검사 전 대화가 가장 큰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마우스 피스의 끈이 목뒤를 눌러서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으시죠?]
[네.]
[불편하지 않게, 여유 있게 고정했으니 협조해 주세요.]
[네.]
나는 수검자에게 긍정적인 질문을 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시작한다. 나는 마우스 피스 끈을 느슨하게 고정하는 편이다. 대신 마우스피스를 손으로 살짝 고정해 주는 경우가 더 많다. 목뒤가 끈으로 인해 불편감을 느끼고 자세가 어색하면 수면 중에 움직이거나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나에겐 일상이고 일이지만, 수검자와 시술을 받는 이들은 몇 년에 한 번 있는 큰 이벤트다. 그런 그들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시경실 간호사의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