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실을 돌아다니면서 검사가 끝난 수검자들을 회복실로 빼고 새로운 수검자를 검사실로 다시 넣는 일을 하고 있다. 시술을 하면 함께 돕기도 하고 대장내시경 삽입이 힘든 경우엔 대신 배를 눌러 주기도 한다. 회복실도 돕고 접수를 대신 받기도 하고 iv 스타트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오전에도 교수님과 시술을 했고 오후에는 서큘레이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돌돌아. 시술 위치가 까다로워서 니가 스콥 대신 잡아줘야 할거 같다.]
이번에 처음 시술방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이 스콥을 잡기엔 위치도 어렵고 암의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손을 바꾸고 나는 세 시간을 그곳에 있었다. angle과 MB까지 퍼져있는 조기 위암을 제거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이야. 병변을 띄우는 epi inj을 하면 피가 나고, IT-2 나이프로 살짝만 건드려도 피가 났다. 고무링과 치실로 트랙션을 여러 군데 해도 접근이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혈관들과 fibrotic change는 PM층까지 드러나게 만들었다.
LB 쪽을 어느 정도 나이프로 절제하고 나서는 속도가 붙었다. 피가 나고 혈관이 커서 지혈에 투자한 시간이 더 많았지만. 8cm 가까운 병변을 제거하고 나니 온몸에 진이 빠진다. 이런 케이스를 하고 나면 출근이 싫어진다. 내일을 맞이하기가 힘들다고 해야 하나? 시술을 좋아하고 도움이 되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하다 보면 내시경실에 있는 모두가 지친다.
[ooo님. 힘드신 거 알아요. 지금 범위도 넓고 무엇보다 피도 많이 나는데, 협조가 되지 않아서 깨웠습니다. 도와주시고 따라와 주시면 시술도 잘 되고 마무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자분께 도와 달라는 표현을 몇 번이나 했다. 시술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노곤해졌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내시경적 절제가 되어 만족하지만 depth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된다. 차라리 근치적인 절제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지.
p.s - 먹고살기 쉽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