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출장내시경을 갈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추억에 잠긴다

by 돌돌이

중환자실에 출장내시경을 갈 때가 있다. 우리가 하는 내시경을 신기하게 보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있다. 중환자실에서 수액이 주렁주렁 달린 환자를 보고 있는 그와 그녀들을 나도 바라본다. 중환자실이나 병동을 종종 가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추억에 잠긴다. 갈릴레오 벤틸레이터가 알람이 울릴 때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CMV 나 CPAP모드는 아는데 처음 보는 SIMV -PC 모드를 봤을 때의 그 긴장감.


중환자실에 자리가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처치실에 킵하고 있던 환자와 신규 간호사였던 나. C-line 보조를 하고 인투베이션도 하고 부랴부랴 빌려온 인공호흡기의 라인을 달면서 준비하던 그 순간. 인계 준비도 못하고 액팅도 밀리고 긴장을 하던 그 순간은 지금도 떠올릴 수 있다. 군대 이등병 시절보다, 신규 간호사 시절이 더 악몽 같다. 군대에선 훈련을 하고 생활관에서 갈구더라도 사람이 죽진 않으니까. 내 실수가 목숨을 담보로 하진 않았으니까. 아무튼 병동에서 9명의 환자에다가 1병의 벤틸레이터 환자를 보는 것은 극악의 난이도였다. 두 시간마다 풀바이탈을 재야 하는데 업무자체가 많다 보니 Q2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번 차팅은 밀리고 점심을 먹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당시 내가 일하던 병동은 다 같이 데이일을 하고 3시쯤에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는 당연하다고 여겼으니까.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직장을 옮기고 병동과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을 들여다본다. 내가 일하던 곳보다 업무량이 적고 간호사들의 표정도 좋아 보인다. 내가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여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걸까?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을 보게 된다. 힘들진 않은지, 오더 변경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최근 CPR은 언제였는지 묻고 어떤 점이 힘든지도 물어본다. 이렇게 붙임성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이곳에서 일할 수도 있으니까. 나도 내시경실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8년 전, 경력직 면접에서도 중환자실을 가고 싶다고 했었다. 벤틸레이터와 CRRT를 기억하고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중환자실을 해보고 싶었으니까. 지금은 내시경실에 있고 현재의 업무에 만족하지만, 당시의 실망감은 얼마나 컸던지. 라떼가 생각나는 밤이다.


p.s -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자랑스럽다. 나도 지지 않는 간호사가 돼야지. 미래는 어찌 될지 모르니까.

이전 01화이런 케이스를 하고 나면 출근이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