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여러 상황들이 생긴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
[2방요. 손 좀 잡아주세요.]
역설적 반응은 생각보다 흔하다. 연구에서는 1~2% 남짓이라고 했지만, 체감상 5% 이상은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니까. 움직이는 수검자를 잡으러 가는 일은 생각보다 잦다. 위와 대장에 공기나 co2 gas가 들어가면 불편감을 호소하며 움직이곤 하는데, 검사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면 약을 추가로 투여하거나 누군가가 팔이나 다리를 잡고 검사를 진행한다. 심하게 몸부림치는 사람은 깨워서 검사를 진행한다. 힘들게 검사를 끝내고 나서, 본인의 목이나 다른 신체가 아프다고 불평을 하는 분들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내시경 검사실 내에 cctv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몸부림을 치고 얼마나 힘들게 검사를 진행했는지 알려줄 수 있으니까.
검사를 받는 동안에는 중간중간 눈을 뜨더라도 검사를 마친 후엔 순간만 기억하거나 과정 전체를 기억하진 못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주로 미다졸람과 페치딘, 프로포폴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 개원을 한 펠로우선생님의 병원에 놀러 가서 미다졸람만 쓴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선생님, 모든 사고는 프로포폴때문에 생기잖아요. 우리는 그냥 미다졸람만 쓰기로 했어.]
검진을 하다가 위급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으니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아무튼 수면 유도를 위해, 진정 유도 약물을 사용하여 검사나 시술을 진행한다. 약물에 따라, 용량에 따라, 주입속도에 따라 수검자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에토미데이트와 바이파포 임상연구를 진행했을 때도, 대조군과의 비교를 위해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의 단독투여를 했었기 때문에 최적의 조합(?)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모 교수님은 미다졸람만 쓴다. 협조가 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미다졸람을 주면서 시술이나 검사를 진행한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약물을 사용하는데 단독 요법도 사용자에 따라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검사를 할 때 가스를 거의 넣지 않고 최대한 스콥을 단축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수검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검사 중간에 이야기를 하거나 불편감을 호소하더라도 검사가 끝나고 나서는 기억을 하지 못했다. 부위가 어렵고 접근이 힘든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엔 수면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검사나 시술 전에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수검자나 환자들은 그 말에 수긍한다. 자신의 검사가 먼저지 수면을 하는 게 우선은 아니니까.
수면약을 쏟아부어도 수면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미다졸람 10mg에 프로포폴 250mg을 써도 수면이 되지 않는 분도 있었고, 20살 청년인데도 미다졸람 3mg으로 위, 대장내시경을 마친 경우도 있었다. 약발이(?) 잘 받고 안 받고는 크게 중요치 않지만 검사를 시행하는 입장에선 신기하긴 하다. 오늘도 약을 주고 검사를 시행한다.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내 역할과 소명에 소홀 한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