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에선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목소리가 크고 떼를 쓰는 사람이 혜택 받는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by 돌돌이


병원에서 검사와 시술을 하면서 여러 군상들을 본다. 통증이 있고 증상이 심각한 경우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며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말기암환자의 고통과 통증은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 슬퍼하는 보호자도, 그 고통을 겪는 당사자도, 그걸 지켜보는 우리도, 항암의 경과와 남은 기대 여명을 알려주는 교수님도. 내시경실은 적막과 흐느낌만 있을 뿐이다.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에서는 많은 갈등이 생긴다. 대학병원인 이곳에서도 병원비를 깎아 달라거나, 본인의 몸에 문제가 생겼으니 비용을 낼 수 없다는 사람도 종종 본다. 법으로 해결하자는 사람도, 그동안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에선 여러 가지 일이 생긴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나서 복부 불편감이 생길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드러눕는 사람도 보았다. X-ray도 이상이 없었고 내시경을 다시 들어가서 봐도 장내 가스나 출혈, 천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일반 대장내시경 검사중과 후에 천공이 생기는 경우도 1년에 1건 정도는 발생한다. 시술 후엔 미세천공의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러다 보니, 주관적인 자료인 수검자의 통증을 무시할 순 없다.



며칠 전 개원한 선생님이 열받는 일을 당했다며 연락이 왔었다. 대장용종절제술을 하고 이틀뒤에 출혈이 있다며 내원해서 소리를 지르고 한바탕 했단다. 그래서 직장내시경을 했는데 출혈 소견이 없었다. 알고 보니 생리로 인한 출혈이었고 그걸 빌미 삼아 일을 못했으니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분명 이렇게 병원을 돌아다니며 공갈협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용종을 절제한 당일에도 왜 비용이 많이 나오냐며 큰소리로 뭐라 하고, 다른 병원은 용종을 공짜로 제거해 준다며 소리를 쳤단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는 몇 개는 그냥 떼주던데 여기는 왜 그러냐며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수검자의 입장에선 용종절제후 혈변을 보면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혈변 증상과 변 색깔등 사진을 보자고 했을 때도, 생리는 아니었냐고 물었을 때도 말을 얼버무렸을 때 알아봤었단다. 아무튼 선생님은 소문으로만 듣던 일을 드디어 경험한 것이다. 본인이 원장이고 책임을 져야 했기에, 화도 못 내고 천천히 이야기를 했지만 그 수검자는 막무가내였단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나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분노가 느껴졌다. 피가난다며 찾아온 날에는 수검자의 남편도 같이 와서 공격을 당했는데 분이 풀리지가 않았단다. 경험하지 않은 나조차도 화를 나게 할 정도니.


p.s -목소리가 크고 떼를 쓰는 사람이 혜택 받는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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