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프리셉터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을 즐겨하진 않는다. 질문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꺼이 도와주겠지만, 굳이 상대가 그럴 마음이 없는데 내가 오지랖을 부려 가며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우니까. 나는 언제나 같은 말을 한다. 일하는 것도 중요하고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처음부턴 빨리 할 필요는 없다. 일을 돕고 하는 것은 앞으로 원 없이 할 수 있지만, 한 달은 프리셉터가 하는 것을 관찰하며 일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위수술을 하고 내시경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몇 년 차냐고 묻는 행위나, CT가 있는지 등을 묻는 것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위와 대장암은 수술이 가능한 경우 5년 생존율이 높지만 당사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다. 위수술을 하고 내시경을 처음 하는 환자에게 수술 후 식사량은 어떻냐고 묻기도 한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기도 하고 고생에 대해 공감도 하는 것이다. 대문자 T인 나에게 공감은 상황에 대한 공감이다. 감정이나 기분을 공감하진 않는다. 암으로 위 절반을 절제하고 생존을 위해 분투하며 식이와 식습관의 변화가 생겨 체중이 줄어든 환자들의 현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내시경을 할 때 환자파악을 전부 다 하고 들어갈 순 없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lab도 보고 지난 검사 결과도 확인하고 들어가지만 그러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병변에 대한 변화를 더 예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scar가 두 군데 있네요. 하시나요?]
[네. ESD를 두 군데 하셨어요. 지난번에 했던데 괜찮지 않을까요?]
[LC Distal Antrum 은요?]
[multiple인데 눈에 띄긴 하네. Bx 할까요?]
[LA-A 줄 거죠?]
[B 주긴 애매하지 않을까?]
G-ESD f/u 외래 수검자의 위내시경 당시 나와 교수님이 하던 말이다. 신규 선생님에게 나와 교수님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나는지 물었다. 중간중간 나랑 했던 대화는 기억하지만 위에 기술한 이야기는 가물가물해 보였다. 오늘 검사가 끝나고 리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scar가 두 군데라는 건 ESD 한 곳 이야기 한 겁니다. 하냐고 물은 것은 이전에 조직검사 결과가 adenocarcinoma w/d이 나왔고 시술 병변 주변이 조금 지저분해 보여서 언급한 겁니다. 교수님도 알고서 지난번 조직검사 이야기를 한 거고요. antrum에는 erosive gastritis라고 해서 한글로 하면 미란성 위염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할지 물은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GERD에 대해서 오늘 공부할 건데 분류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LA-A는 그 분류법의 하나고요. 그럴 리 없겠지만 판독을 안 할 수도 있어서 제가 먼저 이야기한 거고요.]
배우는 선생님이 열심히 하려고 하니 나 또한 힘내서 알려주고 싶다.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매일 하나씩 공부해야 할 것을 하나씩만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래도 무언가를 배우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자극이 된다.
[저게 휴스턴 밸브예요.]
[네?]
[선생님이 대장 구조 그려온 거에 rectum anatomy에 적어 놨던 거요. 전 공부하라는 거 적어 오고 그려 온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면 재밌고요, 모르면 내시경실은 그냥 일만 하는 곳이에요.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 우선은 보는게 우선이죠.]
p.s - 내시경실은 참 재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