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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곳에서 May 31. 2024

[볼리비아] 단돈 500원으로 케이블카 탑승하기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볼리비아 수도는 라파스(La Paz)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수도이다. 고산병에 취약한 사람은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호흡곤란과 심한 경우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라파스 엘 알토(El Alto) 국제공항은 고도 4,100m에 위치하고 있는 공항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공항이다.

이런 지형적 이유로, 볼리비아 주요 도시와 중남미 국가를 잇는 단거리, 중거리용 항공기 위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고도 때문에 이착륙 시 특별한 항공기 운항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라파스->우유니 이동시 탑승했던 볼리비아 국적기(BOA)

라파스는 안데스 산맥 중턱에 고도 3,600m~4,000M에 이르는 산악지형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과거 도시를 계획했던 담당 공무원들이 깨나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형 특성상 도로는 좁게 낼 수밖에 없으며, 언덕과 급경사가 많기 때문에 당시 기술로는 차량 이동을 위한 도로 건설에 제약이 많아 보였다. 이런 조건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도시를 이동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라파스의 경제 발전에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볼리비아 정부는 오스트리아의 도펠마이어사와 협력하여 케이블카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이 프로젝트는 라파스와 인근 도시 엘 알토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며, 2014년 5월 첫 번째 노선인 빨간선(Red Line)이 개통되었다. 도시의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관광 명물인 케이블카에 한번 타보기로 했다. 타기 전에 선입견으로 왠지 개도국 케이블카는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유지보수가 잘되고 있었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 가격은 3볼리비아노(약 0.4달러)였다.

생각보다 케이블카를 타고 꽤 높은 고도를 올라가서 약간 무서웠다.

라파스는 워낙 고도가 높은 탓에 부자들은 낮은 곳에서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높은 곳에 주로 거주한다고 한다. 콜롬비아 보고타는 부자들이 자신들의 동네에 강도, 거지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그들만의 마을을 형성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같은 고산 도시이지만 고도 약 1,000m의 차이는 두 도시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단돈 500원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도시 구경도 덤으로 시켜주니 가성비가 아주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성냥갑 같은 라파스 거주지역 전경

애초에 케이블카만 한번 타보려고 엘 알토 마을에 왔는데, 마침 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해발 4,100m에 위치한 시장에는 어떤 것을 사고팔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한 바퀴 둘러보았다. 풍경은 중남미 여느 시장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품목을 거래하는 가판대로 진열되어 있었다.

중고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들
볼리비아 전통의상을 입고 장을 보는 중년의 여인

다시 라파스 시내로 내려와, 도시 주요 명소를 방문해 보았다. 1500년대 중반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에 정착하였고, 도시 이름을 라파스라고 붙였다. 원주민 거주지를 말살시키고 무력으로 빼앗은 이 도시를 라파스(평화)로 붙인 것이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이 평화의 도시에서 1800년 초 볼리비아 독립운동의 시작인 '라파스 혁명'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볼리비아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로서 활약하고 있다.

생각보다 아주 시골 풍경이었던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스페인 스타일 건축물&광장을 볼 수 있는 '무리요 광장(Plaza Murillo)'과 산 프란시스코 성당

고산으로 인한 약간의 두통과 함께 시내를 대충 둘러본 뒤, 저녁을 먹고 라파스의 명물인 케이블카에 다시 탑승했다. 호스텔의 볼리비아 여행객들과 이야기해 보니, 밤에 케이블카를 타면 또 다른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루종일 고산 증세에 절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낮에 갔던 엘 알토에 다시 올라갔다. 야경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못 미쳤지만, 고층 빌딩이 없는 야경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하필 볼리비아 여행 전 뉴욕 야경을 보고 온터라 내가 중남미에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주었다.

4,100m에 위치한 도시, 엘 알토(El Alto)의 야경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바다를 잃고 내륙 국가가 된 볼리비아는 경제개혁이 필요해 보였다.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꽤 비싸다고 생각했으며, 이로 인해 라파스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낮아 보였다. 실제로 볼리비아는 남미 최빈국이며, 교육과 의료 수준이 매우 낮다. 천연가스와 광물 자원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자원 가격 변동에 따라 경제가 휘청거린다. 라파스 케이블카와 같이 성공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여 경제를 부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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