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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곳에서 Jan 24. 2024

[콜롬비아]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나게 된 이야기

2016년 11월, 중국 출장 일정을 수행하던 중 본사에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대리님, 인사 수급 상 3개월 후에 해외 발령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인사 수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찍 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조만간 해외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발령이라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가족과 여자친구, 친한 친구들에게 해외발령 사실을 알렸다.

모두가 내 직업 특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소식에 그리 놀라진 않았지만, 

지구 반대편으로, 그것도 3개월 뒤에 나간다는 사실을 듣고 못내 아쉬워하였다.


당시 인사팀에서는 나에게 희망 근무지를 적어서 그날 오후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스페인어 전공자이기 때문에, 지역은 중남미 국가 중 한 곳으로 파견한다는 말과 함께.


당시 4개국의 옵션이 있었다. 그중에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국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콜롬비아'였고, 어렸을 적 친척들에게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개다리춤을 추면서 외쳤던 그 단어가 생각났다.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1주일 후, 사내 인트라넷 사이트에 콜롬비아 보고타로 정식 부임 발령이 났다.

근무 기간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1월 말까지로, 정확히 3년이었다.


발령 후, 인사팀에 친한 차장님이 나에게 살짝 귀띔해 준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대리님, 왜 콜롬비아를 쓰셨어요? 콜롬비아를 희망한 사람은 대리님 밖에 없어서 바로 배치했어요."


그렇다. 당시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인기지역이 아니었고,

당시 넷플릭스에서 한창 "나르코스" 시리즈가 유행하여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콜롬비아를 선택하였을까?


한국 나이로 딱 30살이 될 때까지, 나는 군시절을 제외하고 부모님 집에서 쭉 같이 지내면서

큰 걱정 없이 살아왔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취업도 금방 되어 살면서 가장 어려운 관문을

쉽게 통과하여 너무나도 평탄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스무 살에, 남들과는 좀 다르고 싶다는 호기와 객기로 상대적으로 빡센 군대에 자원입대를 했었다.

격오지에 근무하면서 가끔 후회도 하고 힘들었지만 아무 사고 없이 만기전역을 한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 

삶에 대한 태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등 학교나 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정확히 10년 후, 내가 가진 몸뚱이와 그간 쌓아온 삶의 지혜, 언어 능력 그리고 눈칫밥을 활용하여

열악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도 한편으로 업무적으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10년 주기로 새롭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자극이 있어야 한층 더 성장하나 보다.


콜롬비아 수도는 보고타로, 안데스 산맥 한 중턱 해발 2,650m에 자리 잡은 도시이다.

그래서 고산병에 좋다는 타이레놀, 고산병 약 등을 바리바리 챙기고 마침내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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