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괌, 몰디브, 팔라우공화국
하와이
“쉿! 소리 들어 봐”
밤에는 돌고래들도 잠을 자는지 고요하다. 가끔씩 등에 있는 숨구멍으로 숨을 쉬러 올라오길 기다리면 돌고래의 숨소리만이 연못을 가득 채운다. 돌고래는 잠을 잘 때 한쪽 뇌만 자고 한쪽 뇌는 숨을 쉬기 위해 양쪽 뇌가 번갈아서 수면을 취하며 한쪽 뇌는 항상 깨어 있는 상태다. 돌핀 라군 연못에는 이렇게 돌고래들이 살고 있어서 언제든 매너만 갖추면 돌고래를 만나고 싶을 때 볼 수 있다. 밤에는 잠이 든 건지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낮에는 아이들이 돌고래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돌고래에게 바짝 달라붙어서 쪼르르 뒤를 따라간다.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이 아니라, 하와이 어느 호텔 안의 모습이다.
돌고래가 고등 동물이기 때문인지 조련사와의 자연스런 대화가 귀에 들릴 듯하다. 근처에는 플루메리아 꽃도 어여쁘게 피어 있다. 플루메리아의 꽃말은 “당신을 만나 행운입니다”라는 뜻이다. 소규모로 조성된 연못에서 돌고래 말고도 바다거북, 가오리, 열대어 등도 볼 수 있다. 해가 진 밤에는 돌고래의 모습은 유관상으로 잘 볼 수 없지만 사위가 조용하기 때문에 돌고래의 숨소리-사람과 비슷한 숨소리-만은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이야기에 돌고래가 등장한다. 포세이돈은 암피트리테를 짝사랑했지만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을 피해 바다 깊은 곳에 숨었다. 돌고래가 암피트리테를 찾아내어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는 결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일로 포세이돈은 돌고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하늘의 별자리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돌고래 쇼' 시간이 임박했다.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으니, 눈앞에 넓게 펼쳐진 태평양까지 볼 수 있다. 고등 지능 동물이자 재주꾼 돌고래는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돌고래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꼬리를 세차게 치자 수조 밖에 모여 있던 아이들에게 물벼락이 떨어진다. 물에 젖은 티셔츠를 잡고 엄마를 찾으면서도 신이 난 아이들의 모습이 하도 귀여워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돌고래의 힘찬 비상과 함께 돌고래 쇼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잠시 막간을 이용해 펭귄 한 마리를 데리고 나온 조련사가 관중석 사이를 걸어 다니며 펭귄을 선보이기도 했다. 돌고래 쇼를 본 후 '돌핀위드스윔(Dolphin with Swim)'을 체험했다.
“선크림 바르면 돌고래한테 해롭지 않을까?”
신랑이 물었다.
직사광선에 살갗이 탈까 봐 덕지덕지 발라놓은 선크림의 흰 자국이, 어린 시절 입가에 프리마 가루를 잔뜩 묻힌 모습을 엄마에게 걸려 꾸중을 들었던 때의 불리한 증거 같았다. 조용히 선크림을 다시 박박 닦아냈다. 카이요호라는 이름의 돌고래 지느러미를 살며서 잡고 있으니, 조련사가 휘슬을 불었다. 카이요호는 세차게 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사방으로 물이 튀고, 내 몸이 물살을 세게 가르는 게 느껴졌다. 체험이 끝난 후 사진을 보고, 치과가 생각났다. 치과에서 "입 크게 벌리세요" 할 때만큼 입을 벌리고 있었고, 사랑니 포함 치아 32개짜리 웃음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고래, 그러니까 카이요호의 살갗은 매끄럽고 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카이요호와 뽀뽀를 할 때는 사람 입술의 감촉과 비슷해서 놀랐다. 아기같은 카이요호의 배와 등을 쓰다듬거나 뽀뽀를 하고, 함께 수영하던 것도 고작 15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몰디브
“준준준~”
애교 섞인 콧소리를한껏 섞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라티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돌핀크루즈 선박이 도착해서 버기를 타고 빌라로 픽업을 하러 온 것이다. 보트에는 웰컴 샴페인과 핑거푸드가 자리에 준비되어 있다. 카나페(작은 정어리, 치즈를 얹은 크래커 또는 빵)를 곁들인 샴페인 두어 잔 때문인지 바다내음 때문인지 취기가 얼른 돈다. 동그란 만두처럼 빚은 몰디브 전통 음식인 마스로쉬(Masroshi)는 참치가 들어 있어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보트를 타고 어느 지점에 도착하자, 엎치락뒤치락 돌고래들이 몸을 뒤채며 노는 모습이 보인다. 바다의 색깔은 코발트 블루고, 돌고래들은 윤기가 흐르는 다크그레이의 건강한 몸으로 날렵하게 움직였다. 석양을 배경으로 돌고래 무리가 장난스레 까불며 하늘로 솟구친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마치 자신들의 일행이라도 되는 양 위화감 없이 배에 따라붙기도 하고, 언제 거기까지 갔는지 수평선에서 뛰놀기도 하며 우리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괌
무리지은 돌고래들은 이따금 자기 몸을 뱅그르르 돌며 하얀색 배를 드러내기도 했다. 돌고래들이 노느라 몸을 업치락뒤치락 하는 동안, 보트 위의 사람들은 저마다 돌고래를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몸을 부대꼈다. 큰 돌고래 옆에 작은 돌고래가 한 몸처럼 붙어서 움직였다. 아이 돌고래는 재롱을 부리느라 어른 돌고래 등에 몸을 기대며 흰 배를 보인다. 괌에서 돌핀 크루즈를 간 때는 임신 3주차였다. 몸을 각별히 조심하며, 웬만한 일정은 취소했다. 유일하게 돌고래를 보는 체험만은 고집했다. 아이의 태몽은 고래목(Whale)이었다. 엎치락뒤치락 노는 돌고래들이, 내 아이가 노는 모습 같아서 더욱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