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와 프시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by 호림

서로 간절히 안고 있는 연인의 드라마틱한 동작과 순백의 대리석에서 느껴지는 순수, 아름다운 인체의 곡선이 수려하다. 안토니오 카노바가 흰 대리석으로 조각한 작품은 아름다운 공주 프시케가 ‘영원한 잠’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고 말아서 잠이 들자, 남편인 에로스가 아내에게 키스를 하며 영원의 잠에서 깨워주는 대목의 '영원한 정지 화면'이다. 대리석의 희고 고운 살결이 만져질 듯했다. 선선한 가을이었다.


0000351_waifu2x_art_noise3_tta_1.png <에로스의 키스로 되살아 난 프시케> 안토니오 카노바, 루브르 박물관 소장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

막내 공주로 태어난 프시케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 대한 경배를 소홀하게 할 만큼 아름다워 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장난꾸러기 아들인 사랑의 신이자 큐피드로 불리기도 하는, 에로스에게 명령을 내린다. “아들아, 저 예의 없는 처녀의 가슴 속에 볼품 없는 사람을 골라 그에 대한 사랑을 심어 주거라." 에로스는 잠들어 있는 프시케에게 에로스는 먼저 아무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일으킬 수 없도록 쓴물 두 방울을 프시케의 입술에 떨어트린다. 그런데 그때, 뒤척이던 프쉬케의 모습에 놀란 에로스는 사랑의 화살에 그만 자신이 찔리고 만다.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프시케에게 청혼하지 않자, 왕은 아폴론의 신전을 찾아간다. "그 처녀는 인간과 결혼할 운명이 아니다. 그녀의 장래의 남편이 산꼭대기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괴물이다. 신도, 인간도 모두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이다.”라는 신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운명에 따르겠어요. 저의 운명이 가라고 한 바위로 저를 데려다 주세요.” 프시케는 신탁에 따라 괴물에게 시집가기 위해 바위산에 오른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신부를 안고 왕궁으로 데려간다. 왕궁을 둘러보는 프시케에게 어떤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지금 보고 계신 것은 모두 당신 것입니다. 당신이 듣고 계신 이 목소리는 당신 하인들의 목소리랍니다. 우리들은 당신의 모든 분부에 최선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왕궁에는 없는 것이 없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녀들이 모든 것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필해 주었다. 남편은 밤에만 찾아오고 잠든 사이 훌쩍 떠나곤 했다. 프시케의 초청으로 찾아 온 언니들은 휘황찬란한 왕궁을 구경하며, 프시케에게 경고한다.


"너를 방심하게 한 사이 잡아먹으려는 것은 아닐까."

"그래, 분명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고 하지 않든."


언니들은 프쉬케를 설득해 남편이 잠들었을 때 단도를 몰래 숨기고 촛불로 남편의 모습을 확인하라고 부추긴다. 언니들이 시킨대로 촛불과 단도를 들고 남편에게 다가간 프쉬케는 망설이지만, 촛불을 내밀어 모습을 확인한다. 프쉬케가 등잔불로 남편의 모습을 들여다보았을 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금갈색 고수머리. 그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아닌가. 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촛농 한 방울이 남편의 어깨로 떨어지며 그를 깨웠다.


“오, 어리석은 프시케. 이것이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란 말이냐. 어머니의 명령에도 복종하지 않고 아내로 맞았는데 나를 괴물로 여기고 머리를 베려고 생각했단 말이냐! 나는 네게 다른 벌을 주지 않겠다. 오직 영원히 너와 만나지 않을 것이다. 사랑과 의심은 한 곳에 있을 수 없다.”


Psyche_et_l'Amour_(1798),_by_제라르_Francois-Pascal-Simon_Gerard.jpg <Cupid and psyche> 프랑수아 제라르, 루브르 박물관 소장


프시케는 가출한 남편을 되찾기 위해 시어머니인 아프로디테를 찾아서 신전을 찾아가지만, 진작부터 프시케를 미워한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세 가지 어려운 일을 시킨다. 가장 혹독한 세 번째 명은 저승 세계로 내려가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로부터 ‘아름다움’을 조금 얻어오라는 것이었다. 프시케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인 카론에게 노잣돈인 동전 한 닢을 내밀고, 머리 셋 달린 케르베로스에게 빵을 던져 유인해 살아 있는 몸으로 무사히 저승의 왕비인 페르세포네를 만날 수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아름다움’이 든 상자를 하나 주면서, 인간은 절대로 상자를 열어보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프시케는 곧 에로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 동안의 고난으로 망가졌을 얼굴에 생각이 미치자, 아름다움이 든 상자를 열고 만다. 상자를 열어 본 프시케는 상자를 떨구고 깊은 잠에 빠져 든다. 상자 속에 든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휘프노스, 잠이였다. 그대로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것은 죽음을 뜻했다. 에로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프시케에게 내려가 그녀의 잠을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프시케는 자신 곁의 남편을 보고 더없이 행복했다. 에로스와 정식으로 혼인하게 된 프시케는 신들의 음료 넥타르를 마셔 신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그녀의 등에는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가 돋아났다.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쾌락을 뜻하는 블룹투스(Voluptas)라는 딸이 태어났다. 프랑수아 제라르가 그린 <에로스와 프시케> 그림 속에는 프시케의 모습 뒤로 나비 한마리가 보인다. 화가들의 그림에서 프시케는 종종 나비의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나비와 함께 그려진다. 마음 속에 화랑이 있다면, '에로스와 프시케' 특별관을 만들어 회화 작품과 조각들을 모아두고 감상하고픈 이야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생멧돼지와 말레이왕도마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