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퓌센-로데스 하임
뮌헨에서는 호스텔 체인으로 유명한 마이닝거 호스텔에서 묵었다. 뮌헨 중앙역에서는 좀 많이 걸어야 했지만, 호스텔은 충분히 깨끗하고 편리했다. 퓌센의 노이슈반쉬타인 성은 워낙 관광객이 많아 늦어지면 성안으로 입장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정보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히틀러와 디즈니가 사랑한 노이슈반슈타인 성(城)
Schloss Neuschwanstein
로맨틱가도의 종착지 독일 퓌센은 오스트리아 국경에 인접한 독일 바이에른 주 남부의 작은 도시로, 동화 속에서 나올법한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호엔슈반가우 성 그리고 성에 얽힌 로맨틱한 이야기와 디즈니 성으로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퓌센에서 성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지 않은 관계로 관광객을 가득 실은 만원 버스였다. 버스에서 내려 성까지 올라가는 방법은 울창한 숲길을 걸어서 가거나 전용 미니버스나 마차를 이용해야 했다. 우리는 올라갈 때는 미니 버스로, 내려올 때는 마차를 타보기로 했지만, 관광객을 실어나르느라 힘들어하는 말들을 보니 마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버렸고, 결국 천천히 숲길을 걸어서 내려오게 되었다.
티롤 산이 왼쪽으로 보이면서 곧이어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습이 푸른 숲 속에 확연히 나타난다.
노이슈반쉬타인 성은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루드비히 2세가 깊이 매료되었던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백조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성의 이름을 짓고, 막대한 부를 동원하여 17년 만에 완성했지만 이후 3 개월만에 Starnberg호수에서 의문의 죽을 당했다는 성에 얽힌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성 안 앞마당에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대로 입장을 했고, 유명한 관광지인 덕분에 한국어 전용 오디오 도슨트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둘러보는 성안 모든 것이 흥미로웠지만, 아쉽게도 성안은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눈과 마음으로만 기억해야 했다. 성 전체 모양은 중세의 성배 전설을 표현하고 있는데, 성의 외벽은 로마네스크, 비잔틴과 고딕 양식이 한데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면서 이 모든 것은 정성을 들인 만큼이나 무척 정교한데다 화려하고 인상적이었다. 모든 방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외에 바그너의 테마를 묘사한 조각들과 프레스코를 보이는 것을 보면 왕이 얼마나 바그너에게 심취하고 있었는지가 상상이 된다. 독일은 이렇듯 성이 많은 나라로 관광용으로 유지하거나 호텔 등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다음에는 성을 호텔로 사용하는 곳에 꼭 묵으면서 중세의 기분을 만끽해 보리라.
가까이에서 보는 성보다 성 밖으로 나와 메르헨 다리에서 보는 성은 디즈니의 성, 사진 속에서 보아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름 그대로 백조 같이 아름답다. 이 한 컷을 보기 위해 오늘 부지런을 떨며 이곳에 온 것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다.
호엔슈반가우 성 Schloss Hohenschwangau은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 신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이다. 노이슈반쉬타인 성에 비해 덜 화려하지만 정감이 가는 아담한 크기로 성안에는 왕이 바그너와 함께 연주한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또다시 언덕을 올라 성을 보기에 다들 열정이 부족한 탓에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는 성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두 성의 아래에 흐르는 알프 호수(Alpsee)의 맑은 물과 푸른 하늘, 구름에 걸린 높은 산이 만들어 내는 경관을 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낸다.
2014905_라인강의 진주 뤼데스하임
라인강을 따라 기차에서부터 시작된 낭만적으로 펼쳐지던 뤼데스하임 포토밭은 케이블카를 타면서 절정에 올랐다. 니더발트언덕에 올라서면 전승기념탑과 강변을 두고 아름답게 펼쳐진 포토밭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보성의 푸른 녹차밭을 연상시켰고 초록빛 잎 사이로 붉은 포도가 익어가고 있었다. 포도밭 사이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한 바퀴 산책을 해도 좋았을 것 같았다. 전승기념탑은 프로이센이 프랑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독일을 통일한 것을 기념하는 탑으로 손을 높게 든 게르마니아 여신상이 있고, 양편에는 전쟁과 승리를 각각 선포하는 동상이 있다. 이토록 평화로워 보이는 곳에 전승탑이라니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멀리서도 보이도록 언덕 위에 높게 또는 거대하게 지어진 지는 승전탑들을 보면 어느 나라든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것은 생존과 기억해야 할 역사인가 보다. 전승기념탑으로 가는 도중에 실제로 브람스가 걸었다는 계단으로 된 브람스 길이 나오는데 이곳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맘에 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일명 티티새 골목(우리말로는 참새 마을), 드로셀 가세 Drosselgasse는 오버슈트라세에 이어져있는 아름다운 카페와 작고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로, 어디서든 맛있는 식사와 질 좋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라인강 관광유람선은 라인강변을 따라 로맨틱 라인이라 불리는 마인츠-코블렌츠 구간의 긴 코스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중에서 아름다운 고성을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코스로, 뤼데스하임에서 로렐라이 언덕으로 유명한 세인트 장코트 고아르까지의 코스를 선택했다.
라인강은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아름다운 집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계속적으로 펼쳐지고, 뤼데스하임처럼 완만한 산에 끊임없이 와인 밭이 로렐라이 언덕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중세의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14세기에 통행세를 걷기 위해지었다는 팔츠 성과 고양이성으로 불리는 카체에른보겐 백작의 성 같은 어릴 적 달력에서나 보던 고성들이 중간중간 산 위에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농부의 풍요로움과 흥이 넘쳤던 뤼데스하임에 잔뜩 취한 채 뮌헨으로 돌아간다!!
2014906_독일에서 파리로 국경을 넘다
뮌헨은 독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답게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기존의 도시들과는 또 다르게 화려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중심가를 향하다 보면 고풍스러운 건물이 하나 나오는데, 뮌헨의 법원인 유스티츠 궁전이다. 카를스 광장에서 가장 독일스러운 문장으로 기억되는 카를스 문을 지나면 가장 번화가인 노이하우저 거리가 나온다. 시계탑 중앙에서 독일 최대의 인형 시계인 글로켄슈필이 하는 공연인 칼리용을 볼 수 있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인 신시청사다. 독일에서 본 어느 교회보다 다르게 성 미카엘 교회의 화려하고 밝은 느낌은 뮌헨의 분위기 탓일까. 웅장한 철문을 지키고 있던 문고리인 천사장식이 기억에 남는다. 오픈한지 300년이 넘었다는 식료품 전문점인 달마이어 Dallmayr에서 국민 젤리라 불리는 하리보 젤리와 어른을 위한 수재 초콜릿, 달콤한 샴페인 등을 구입했다.
자세한 정보를 미리 정리하지 못한 관계로 뮌헨에서 놓치고 가는 게 많은 점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를 보지 못하고, 화려한 도시 야경과 200년 되었다는 재래시장인 빅투 알리엔, 다하우 수용소, 그리고 꼭 가보기로 했었던 BMW welt도 가보지 못했다.
이제 독일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내일이 설레는 파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