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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Jun 20. 2020

사수가 알고 있는 그거, 별거 아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잘 하고 싶은 초심자들에게 전합니다.

업무를 처음부터 알려주는 사수는 없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살아온 지 벌써 8년차, 그 동안 업무 강도 헬이라는 대행사도 다녀봤고 인하우스 마케팅 팀에서 마케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들 수록 드는 생각은 ‘나 대행사에서 왜 그렇게 힘들게 일했지?’ 였다.

 

 물론 대행사는 기본적으로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고된 것도 있다. 여러 개의 매체를 소수의 인력이 운영하고 관리하므로 원래 힘든 것 맞다. 을의 위치에서 광고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이 힘든 것 맞다. 그러나 나의 경우 단순하게 업무나 을의 위치가 힘들었다기 보다는 ‘좋은 사수를 만나지 못해서’ 힘들었다.

 

퍼포먼스 마케팅 별거 없고 기본적인 원리는 단 하나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것. 이 기본 원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 그 뒤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to do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나의 사수는 이 기본 원리에 대한 입력 없이 단순한 to do에 대한 오더만을 내렸고, 그렇다 보니 기본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to do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만 나기 일쑤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사수 : OO씨, △△ 매체사에 전화해서 이 상품 CPC 얼마인지 물어보세요.

나 : 네, 알겠습니다.

 

-       △△ 매체사 매니저와의 통화 -

나 : 안녕하세요. 이 상품 집행 하려는데 CPC가 얼마인가요?

△△ 매체사 : 네, 기본 단가 200원이에요.

나 : 감사합니다.

 

나 : 대리님, 이 상품 CPC 200원이래요.

사수 : 그래요? 노출 지면은 어디래요?

나 : 아 그건 물어보지 못했어요. 다시 확인할게요.

 

-       또 다시, △△ 매체사 매니저와의 통화 -

나 : 안녕하세요. 조금 전화 드렸었죠? 이 상품 그러면 노출 지면은 어디에요?

△△ 매체사 : 네, A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은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 외 B에도 일부 서비스지면이 제공됩니다.

나 : 감사합니다.

 

나 : 대리님, A네트워크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B에도 광고가 일부 나간대요.

사수 : 그래요? 그럼 최소 집행금액은 얼마에요? 주로 어떤 업종이 많이 집행하나요? 실제로 성과가 좋았던 광고주들이 있대요?

나 : 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       또, 또! 다시 매체사 매니저와 통화 후 –

 

사수 : OO씨, 이거 만일 광고주였으면 욕먹어요. 너무 자주 전화하면 저 쪽에서도 짜증내요.

나 : (???????) 죄송합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물론 어떤 것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확히 하지 않고 파편적으로 오더를 내린 사수의 죄가 가장 크다. 그러나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면 모를까, 후임 사원을 제대로 트레이닝 해 주는 사수를 만나기는 어렵다. 사수가 왜 그런 오더를 내렸는지 기본 원리를 가지고 파악하지 않고 단순하게 문의 전화를 했던 내 잘못도 있다. 만일 지금의 나라면 이런 플로우로 사고 했을 것이다.

 

 

 문제 인식 : 사수가 CPC를 물어보네? 가만… 지금 우리 광고주의 서비스는 전월 동기간 대비 유입이 많이 빠지고 있어. 그렇다 보니 전환 발생 고객 수 자체가 줄었어.

 

개선 방안 : 이 상품 집행을 통해 광고주가 원하는 유입과 전환을 다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체 중에 가장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건 CPC가 300원 대 인데, 이거랑 비교해서 얼마나 저렴한 상품인지, 진짜 전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 주로 어느 네트워크에 어떤 유형의 유저가 광고를 클릭하는지 체크해봐야겠어. 갑자기 큰 돈을 쓰려면 광고주 컨펌이 나지 않을 수 있으니 최소 단위로 테스트만 해볼 수 있도록 담당 매니저와 협의 해야겠다. 이 광고로 좋은 효과를 본 광고주가 분명 있으니 이 상품이 존재 할 텐데, 자료 요청도 해 봐야겠다.’

 


사수가 알고 있는 그거, 진짜 별 거 아니다.

 

 현재 당면한 운영 상의 문제점이 무엇 인지만 명확히 파악한다면 그 뒤로 따라오는 사고의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게 된다. 그러나 그 시절 신입이었던 나는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 조차 몰랐다.

 

 물론 실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지만, 굳이 비효율적으로 혼나고 감정 상해가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다. 사수가 알고 있는 그거, 진짜 별 거 아니다. 체득을 통해 얻게 되는 나만의 경험치가 중요한거지, 맨땅에 헤딩하면서 기본 원리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어떤 원리인지 이해하고 시작하면 될 일이다.

 

 

 

이 글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좋은 사수를 만나지 못한 디지털 대행사 신입사원

- 퍼포먼스 마케팅을 직접 하는 사장님

- 마케팅 매체 분석법을 알고 싶은 초보 마케터

- 대행사 마케터를 꿈꾸는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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