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그리고 '색'이 함께하는 이야기
적극적 로맨스 파괴 영화, 실연을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좋은 영화. 비혼 선언자들이 보면 좋은 영화(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연애는 쉬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This is a story of Boy meets girl.......
But you should know up front 'This is not a Love Story'.
1일부터 500일간의 톰과 썸머 사이의 이야기가 순차적이지 않게 뒤죽박죽 섞여 톰의 시선에서 보이게 되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본건 2011년 겨울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나는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냥 친구와 함께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영어자막에 의지해서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 봤을 때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영화가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워낙에 연애 초반과 후반의 대조적인 느낌을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주니 정신없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에 서머가 톰을 자신의 파티에 초대했을 때 여자와 함께 반지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썸머가 레즈비언이었어?' 하는 착각을 했을 정도이니까... 기회가 닿아 영화를 여러 번 보고 나니 영화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고, 이 영화를 가지고 논할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정말 러브스토리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전반부부터 내레이션으로 직접적이게 이야기한다. '이건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그럼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법 배우기?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
앞서 말한 대로 톰의 입장에서 서술되기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그가 사랑에 상처 받은 불쌍한 찌질남처럼 보이고, 실연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초반 내레이션에서도 '톰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소년,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이 없다고 믿는 소녀'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직진하던 톰이 바보 같고 썸머가 옳았다고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내 기준에서도 그녀가 톰에게 취했던 행동들은 내 기준에서 남녀 친구사이에서 하는 행동이라기엔 굉장히 충동적이고, 정말 연인관계가 아니라고 한다면 엔조이로 느끼게끔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크고 작은 취향의 차이에서 부터(예-썸머의 음악 취향을 무시한다거나... '졸업'이라는 영화를 보고 왜 우는지를 이해할 수 없던 장면)'관계' 대한 다른 정의(예-썸머가 여러 차례 진지한 관계가 싫다고 못 박았던 것을 톰은 쿨한 척 이해하는 척하지만 결국엔 둘을 연인이라 생각하며 분노했던 장면) 등 서로의 다른 가치관이 존재했는데 그 '다름'을 간과하고 헤아리지 못했던 톰이 보였다.
갑자기 썸머가 변절했다고 느끼며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톰은 영화의 끝자락에서 깨닫게 된다. 썸머도 서서히 자신과 멀어져 가게 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왜 자신과 춤을 췄고 왜 약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서머가 왜 파티에 초대했는지를 물어봤을 때 '그냥 그러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썸머를 이해해줄 수 있을만한 사람이 있기에 그녀도 사랑과 운명을 믿게 되었고 결혼하게 되는 엔딩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톰과 썸머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서 역전되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랑이 감정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님을 모든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다. 감정 이외의 것을 배제하고 감정만을 충실히 따랐을 때에는 결국 많은 연인관계에서의 감정 소모와 한 명 혹은 둘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 같다. 즉 모든 측면을 고려하며 다 따지고 들면 사랑의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감정을 따르면서 다름을 포용한다면 좀 더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진실한 인연으로 맺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나 싶다. 그래서 마지막 에서의 또 다른 연애의 시작을 알리는 'Autumn'이라는 이름이 더 의미심장하고 설레게 한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느낌이다.
톰의 일방적이고 썸머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부족한 자기애적인 사랑으로 종종 느껴지는 자신에 대한 썸머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는 그의 사랑과, 썸머 자신만의 기준에서의 확실한 '친구로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어 그를 사랑하려 노력했지만, 자신의 취향과 마음을 공감할 수 없는 톰에게 느끼는 답답함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느끼는 그녀의 사랑을 보며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안갯속에 갇혀있듯 서로에게 원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없는 방향을 잃은 사랑과도 같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 색을 닮아서 이 영화 속 사랑의 색을 미스티 블루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좋은 영화 음악들이 많다. 그래서 내레이션마저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중에 'Us'라는 노래는 특히 재미있는 멜로디와 독특한 창법으로 영화의 개성을 더해준다. 사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스럽지 않은 데다가 노래까지 더하니 정말 상업적이지 않은 느낌의 상업영화로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리고 주이 데 샤넬(썸머역)은 몇몇 사람들이 보기엔 얄미웠겠지만 너무 치명적이어서 미워할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Sugar Town'을 부르던 목소리와 몸짓에서 매력이 철철 넘치기에 다시 보고 싶은 배우이다. 다른 영화에서도 노래를 직접 불렀고 음반을 내기도 하고 재즈도 잘 부른다. 여배우들은 소름 끼치는 가창력이 없더라도 그들만의 매력으로 노래를 다르게 해석해서 보고 듣는 재미가 있다. 이 노래도 다시 듣기를 추천한다.
참고자료 : 나무 위키 '500일의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