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도, 독립서점도 힙한 자만이 살아남는 로컬
설 연휴 직전 서울로 워크숍을 갔더니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의 질문은 단 한개 뿐이다. "부산 내려가는 표 구했어요?" 그 대답에 표를 구하긴 어려우니 일단 기차를 올라타고 승무원에게 바로 자진신고해 50% 가산한 요금을 내고 입석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난 다시금 로컬인 부산으로 앞서 말한 방법으로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기차에서 입석으로 그나마 편하게 오는 방법엔 도가 튼듯이 기차 양끝 통로석에 겉옷을 깔고 앉았다가 역에 도착하면 재빨리 일어나 통행에 방해를 주지 않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오늘 말하고자 했던 '로컬을 힙하게!'란 것과 위 내용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로컬컨텐츠는 힙하게, 물리적 거리를 뛰어 넘어 수도권과 대등한 수준으로 속도전 방식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최근, 부산의 광안리/영도/전포카페거리가 핫하다. 광안리는 원래 핫한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원래 핫했는데, 더 핫해졌다. 비단 상대적으로 해운대 상권이 굉장히 빠지고 광안리 상권이 길게 늘어지면서 유동인구가 더 즐기고 락인(Lock-in)을 할 여지가 많아졌다. 특히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옆 수변공원부터 바닷길을 따라서 보행테크가 넓혀지면서 바다의 또다른 풍경이 생겼고 상권이 형성되었다. 민락더마켓(Millac the market)은 핵심 코어(core)이자 커뮤니티와 팝업의 병행을 이끌고 있다. 외관이 길을 가다 우연히 봐도 사로잡는다. 즉, 힙하다! 서울 성수동 일대에선 흔할 수 있는 건축물이 부산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주기에 더욱더 돋보인다. 물론 인산인해로 이루는 건 당연하며 공연과 맥주, 계단을 활용한 의자겸용 시설에 앉아 바다풍경을 바라보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얼리어답터들을 타고 빠르게 SNS로 핫플레이스로 퍼져나갔다. 또 주변에 위치한 독립서점, 주책공사도 힙함을 유지한 채 로컬크리에이터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비된 외형과 '주책공사'란 네이밍 센스, 비단 그것이 아니더라도 오브제와 조형물을 활용해 네이밍 센스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광안리 골목 구석에 위치한 곳이지만 대한민국 앱, 웹서비스는 이미 초월적인 위치 서비스를 제공해주며 컨텐츠는 넘쳐나기에 찾아오는 인파가 생각보다 많다. 독립서점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다양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세대'에겐 선호되는 컨텐츠이다. 엄청난 필력을 갖추지 않아도 진솔한 자신만의 삶의 에세이와 시, 간혹 있는 소설까지 대형서점이란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넘친다. 단, 이 다양성이 외형적인 힙함과 내재적인 힙함을 갖추지 못하면 대중은 외면하고 만다. 서울 홍대나 곳곳에 위치한 독립서점에 견주어봐도 꽤 힙함을 유지한 채 손님을 맞이하고 대형서점이 갖춘 효율적이고 일률적인 서비스가 아닌, 주인장이 직접 손님을 맞이해 독립서적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작가와의 대화 행사의 일정, 그리고 출판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물론, 그 끝은 자발적인 구매유도로 이어진다. 단순 독서모임 등이 열리는 커뮤니티가 넘어 생업으로, 판매되고 독립서점과 작가가 상생할 수 있으려면 비즈니스가 되어야 한다. 나 역시 '우리는 직업이 같고도 달라서'란 독립서적을 한권 구입했다. 한국사회가 품고 있는 정규직과 기간제의 문제는 학교현장에서도 발생한다. 정규직 교사, 기간제 교사의 1년 간 의견을 나눈 우정의 편지를 편집해 출판한 독립서적이다. 대형서점에선 진열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내용이다. 나와 같은 특이한 종자들 정도만 관심을 가질 주제이고 구입까지 이루어지는 건 더더욱더 쉽지 않다. 하지만, 독립서점에선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이기에 진열되었고 내가 발견했고 구입했다. 독립서점 또한 사람의 발길을 찾게 하는 로컬컨텐츠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로컬은 힙해야 한다. 힙함은 단순히 힙합 좀 할 줄 알고, 옷도 폼나게 입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당연히 그러면 좋겠지만, 부가적 요소이며 본질적인 건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해서 찾아오게끔, 모이게끔 만드는 외형과 내실을 갖춰나가는 걸 의미한다. 이 힙합을 갖추지 않고 로컬이니깐 살짝 부족하고 촌스러워도 눈감아주시고 구입해주세요! 그게 멀리서 로컬까지 온 의미잖아, 기념품 하나 챙겨가야지~라는 의미로 접근해나간다면 로컬은 찾는 외지인들에겐 철저한 외면을, 내지인에게 마저 결국엔 냉담한 반응을 받게 될 뿐이다. 로컬이 살려면, 더욱더 힙해야 한다. 그래야 로컬에 희망이 있다. 말뿐인 로컬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이를 꼭 실행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인 로컬크리에이터의 유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