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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Feb 12. 2024

제주도 내 친구의 고민 : 오춘기

역설적으로 현재 가장 그 일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는 방법 : 성과달성

268번째 에피소드이다.


제주도에 9년 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내 친구가 있다. 9년이란 세월은 순탄치 않았다. 맨몸으로 가다보니 풍부한 자본, 끈끈한 인맥도 없이 그저 기회의 땅인 제주도로 무작정 간 친구는 꽤 오랫동안 고생했다. 정착지를 잡지 못해 이곳저곳 떠돌기도 했으며 텃세에 밀려 농가들과 추진하려고 했던 일들은 진도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끈기있게 물고 늘어져 정착할 곳, 해볼만한 컨텐츠, 그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했었다. 성과달성이라고 말하긴 그렇고 이제 출발해볼만한 동력을 갖춘 셈이다. 이번 연휴에 친구가 제주도에 있지 않고 2주간 전국을 돌면서 사람도 만나고 여행을 한다고 했다. 나와는 정말 오랜만에 제주도가 아닌 대구에서 만난 셈이다. 잠시 대구에서 보냈던 추억을 공유하다가 친구는 내게 고민거리를 꺼냈다.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나랑 맞지 않는 이가 있는데, 사람관계가 너무 어려워서 제주도 살이를 접어야 할지 고민 중이야." 그와 관련된 사연을 곰곰히 듣고 친구에겐 큰 고민인 걸 알지만, 나는 되레 만약 그 일에서 내가 지금 빨리 탈출하고 싶으면 사람관계에 지쳐서 의욕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성과달성을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게 내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9년간 네가 제주도에서 다른 이들과 다른 방향에서 선택하고 흠뻑 빠진 책무라고 말했다.


모 유명인이 새만금간척지구 사업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고 반대했지만, 물막이 공사가 끝난 새만금에 대해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며 현실을 인정하고 전북과 대한민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를 건설해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하여 주장했다. 내 입장의 조언은 이와 같은 것이었다. 제주도 마을살이는 기본적으로 관광서비스업이다. 그저 이십대에는 내가 체험의 주체일 수 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에게 대가를 받고 관광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이 좋다면 나와 동일하게 제주에 정착시킬 수 있다. 사람에 치일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이러한 일들을 9년 간 정신없이 해왔던 친구는 누구보다 흠뻑 빠져서 치열하게 무언가를 얻으면서 잃어왔다. 관광서비스업이 본질인 이곳의 일들을 완벽히 자각 못하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어려워 일들 포기할지 고민한다니,,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만약 정말 본질적인 자아성찰로 그것이 맞다면 탈출을 하되, 그 탈출의 결과는 포기가 아닌 성과달성이었다. 9년 간의 압도적인 세월을 등가 교환 할만한 스펙이다. 그렇게 달성하고 탈출한다면 그 누구도 실패가 아니라 '내가 해봤는데 해냈고, 그랬는데 이제는 재미없어서 그냥 안했어'라고 아무것도 아닌 소재로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만두었을 때, 이것이 그나마 다른 경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간 점검 지표라고 생각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관점을 들을 것이다. 물론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항상 타협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한 역동적 몸부림은 존재한다. 나 역시 그러한 생존투쟁을 아마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것이다. 내 친구의 오춘기가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제주도에서 9년 간 치열하게 살아온 그 인생은 누구보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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