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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ug 03. 2024

나는 영 케어러 입니다.

시니어 산업의 미래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서술한 섹션

278번째 에피소드이다.


"나는 영 케어러 입니다." 최근 누구를 만나  주요한 역할을 묻는다면 빠지지 않고 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서른을 넘어가면서 최근 느끼는 감정에선 "삶이 생각보다 버겁다."입니다. 십대엔 사회가 저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학생'이었고 가족들도 그저 건강하고 바른 청소년이었습니다. 이십대엔 사회가 정게 바랬던 건 '대학생' 그리고 가족들도 사회로 나아가기 전 올바른 가치관을 쌓아가는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저에겐 다양한 역할이 생겼습니다. 직장인으로서 나, 부모의 자녀로서의 나, 형제자매로서의 나, 매형과 조카를 가진 삼촌으로서 나,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면서 각각 조직별로 역할을 가진 나, 수없이 생겨나는 직함들이 내 존재 자체에서 가끔은 버겁기도 합니다. 또 연애와 결혼 등이 다가오면서 제 역할은 계속 생겨만 납니다. 대부분은 "잘 해낼 수 있다."는 평소 자신감 찬 모습이지만 가끔씩 센치해질 때가 있습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암투병을 하셨고 다행히도 잘 극복해내셨습니다. 작년도에는 아버지가 신경종양 제거 수술을 해야했고 현재까지도 하반신 신경을 살릴 수 있도록 재활 중에 계십니다. 6개월이란 재활기간이 지나 장애등급을 신청할 수 있어 일시적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재활은 참 끔찍한 희망고문의 연속입니다. 수많은 사례와 의사진단을 받지만 결국 해내는 건, 본인의 의지와 우연을 가장한 신의 선택만이 있을 뿐입니다. 365일 그리고 24시간 간병을 하는 어머니도 힘드시지만, 환자 본인인 아버지가 심적으로 힘들 겁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겁니다. 그 속에서는 저는 현재는 '영 케어러'입니다.


간병인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병인 보험 등 최근 그 필요성이 반영된 상품도 나오고 있으며 제도적으로도 외국인 취업비자 등으로 열려고 하는데 필요해보입니다. 현재 간병인 시스템의 중요한 문제는 노노(老老)케어 형태로, 젊은 층의 일자리가 되지 않으며 유입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연속적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기에 간병인이 환자가 필요한 시기마다 바뀌는 경우가 다수 발생합니다. 그 비용부담이 상당하기에 향후 대한민국 인구 구조에 따른 복지정책 정비에서 제도적 지원이 적극 필요해보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진 대한민국은 전통적 가족의 형태가 무너졌으며 소수의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향후 큰 정부, 큰 시민사회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육아가 이미 국가의 영역으로 넘어갔으며, 일부 공동육아란 시민사회가 제시한 공동체 방법론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은 급증하고 있으며,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에 마치 70,80년대의 유치원, 어린이집 방식으로 민간의 정부역할 대행을 적극 요청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감당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재가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은 기존 직업군을 넘어 노인맞춤형 생활지원사도 별도로 구성되어 장년층의 말벗, 도시락배달, 병원동행 등을 서비스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란 개념도 '사회서비스'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방식이 아닌 품질관리 방식이 도입된 서비스 영역의 관리쳬계가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즉, 시니어 산업의 시장(Market)은 무한정합니다. 이건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가 말한 '정해진 미래'입니다. '영 케어러'는 향후 저와 같은 많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어머니가 24시간 간병을 하시고 제가 교대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기에 직장을 다니고 다른 일들을 해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해야 했을 겁니다. 즉, 가정의 붕괴 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부모님과 같이 있으려고 스스로 약속을 했습니다. 이건 생각보단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즉, 집안 모든 공과급 납부, 집안살림 등은 모두 제 일이 됩니다. 시니어의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리터리시 교육이 되지 않았기에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제 부모 또한 직접 은행을 가서 이체를 하는 방식에 익숙했는데, 재활병원에 온전히 있게 되면서 연말정산 등 인터넷 기반으로 발빠르게 처리되는 행정에 대한 접근성 결여로 수십번 전화통화로 겨우 해냈던 일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저 역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중간에 짬을 내어 하기에 수십번 전화통화는 그 하루가 정말 지쳐서 모든 것을 잊고 싶게끔 만듭니다. 또한 아버지도 조급함을 느끼시니 최대한 감정을 잘 맞춰야하며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들을 잘 보조해야 합니다. 그게 건강을 되찾는데 가장 큰 효도이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사명감 같이 느껴야 합니다. 보통 주말에 가야 하기에 주말 하루는 꼭 반납해야 합니다. 즉, 남들은 주7일을 살지만 영 케어러가 된다면 주6일을 살고 하루는 온전히 가족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야만 합니다. 그게 향후 많아질 '영 케어러'의 시나리오입니다. 저의 경우는 굉장히 자유롭고 희망적인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착하디 착한 24시간 간병을 전념해주실 어머니가 계시고, 회복세가 그리 빠르진 않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아버지가 최선을 다해 재활을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대학교에서 오래 계신 아버지였기에 연금이 나와 적당한 수준으로 케어가 가능하며 저와 누나네 가족 또한 사회 통상적 범위에서는 중상위권 경제력을 형성하고 있기에 기본적인 삶을 살면서 케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향후 앞으로 다가올 정해진 미래의 대한민국이 걱정이 됩니다. 시니어 산업에서는 시장(Market)은 비약적으로 성장해 그 제도와 정책을 활용한 혁신 스타트업이 속출할 것이며 복지 영역이 아닌 사회서비스에서 제도적 개선이 꾸준히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정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간병과 돌봄을 전담하는 '영 케어러'의 증가는 단순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의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간병을 하는 가족, 그리고 그 취업과 결혼적령기를 맞은 청년들이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겹칠 가능성이 높은 '영 케어러'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올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사회문제로 자리잡을 겁니다. 이 글은 저 또한 영 케어러이지만 현재 저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함께 하고 있는 영 케어러들에게 바칩니다.


"영 케어러 분들의 가족 건강 회복과 본인 스스로의 삶을 다시금 치열하게 찾는 시간이 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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