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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Nov 14. 2024

요새는 말이지..

요새는 말이지란 말이 계속 되뇌어지는 요즘

283번째 에피소드이다.


"요새는 말이지.."로 부쩍 첫마디를 떼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새는 말이지, 무기력감이 온 몸을 지배해. 요새는 말이지, 살기가 더 팍팍해졌어. 요새는 말이지, 인간관계에 대해서 회이감을 많이 느껴. 요새는 말이지,,, 정말 말아지,, 아마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요새는 말이지, 정말 뭔가 다시금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른의 삶의 무게란 이런 것인가? 생각보다 훨씬 더 험난하다. 우선 나 혼자 보신주의로 살아왔던 내게 가족과, 연인 그리고 기타 사회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짓누른다. 생각보단 그 무게감이 상상 이상이다. 또한 그 관계 속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모든 것을 모두 잡을 수 없기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기고 그것이 후회와 함께 과거를 다시금 그리워하게 되는 현상의 반복이다. 사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요, 그렇기에 그러한 과거의 기억들이 선명하지도 그리고 유달리 순수한 면도 적었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도피처로서, "요새는 말이지.."란 말을 되뇌이면서 현실보단 과거에 조각난 기억들로 하여금 그것의 순수함을 치환시켜 현재 상황을 치환하여 갈음한다. 그것이 어찌보면 현재 서른중반을 넘기고 있는 내가 최근 입버릇처럼 쓰고 있는 말들이다. 무기력감이 먼저 오고 피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신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집'으로 관계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회 관계망은 느슨하게 내 목줄을 조여온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교우 관계가 생기고 그 속에서 개인 나다움을 찾기 위한 행동들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안정된 것을 갈망하면서도 모험과 희열을 즐기는 관계를 추구한다. 모순 속에서 결국 개인 나다움은 조금씩 스크래치가 날 뿐이다. 결국 도달하는 건 '내가 잘못산 건가'하는 되뇌임뿐이다. '신념'이 '아집'으로 변해 내 모습 그 자체를 대변한다. 관계의 허물어짐 속에서 허무함과 함께 아쉬움이 동시에 몰려온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다시금 누군가와의 관계 맺음을 준비하고 있다. 요새는 말이지, 사람 만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두렵지만 또 그 방법 밖에 없음을 체념하고 상처를 입으면 이전에 입었던 상처를 우선 그 상처로 덮는다. 새살이 돋아난다는 것보다 상처로 상처를 덮기에 딱지만 수북히 쌓인 형상이 되어버렸다.


요새는 말이지, 공허하다. 치열한 전쟁터같은 하루가 지나고 갑자기 몰려오는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거 없다. 공허함은 잠시 잠깐 시간이 필요하다. 그 무엇이 치유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고요한 호수 속에서 어딘가로 가려는 파동을 일으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그 공허함 속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아니, 잠시 잠깐 도피할 수 있다. 다만 그 공허함을 깼다고 시끌벅적함이 내 몸을 지배하진 못한다. 다시금 또 다른 공허함이 다른 감싸지만 그건 평화에 가까운 고요함이다. 이것을 구분해낼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그 평화의 지속이 어느 시간에 한정되곤 한다. 새벽같은 시간 말이다. 공허함 속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고요함을 만끽한다. 이 기분이 잠을 청하고 난 뒤에 내 몸을 감싸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요새는 말이지,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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