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챕터 20: 드러나는 동굴

by BumBoo

다음 날 아침, 당장이라도 코끼리 바위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곳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유물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산세가 험한 편이라 포클레인과 같은 중장비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좁은 산길은 애초에 그런 거대한 장비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주말까지 각자 어떻게 해서든 유물을 꺼낼 방법을 생각해 내기로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기철이의 아이디어는 번번이 내 실소를 자아냈다.


"너네 반 학생들 중에 재빠른 놈 하나를 데리고 가자"


는 그의 말은,


마치 초등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그 좁은 틈을 통과해 유물을 꺼낼 수 있을까 만을 생각했다.


일주일이 그렇게 흘렀다.


초조함이 뼈마디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우선 유물이 아직 동굴에 있는지 라도 먼저 확인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어차피 코끼리 바위의 위치와 유물의 존재를 아는 이는 기철이와 나,


그리고 이제는 거동조차 힘든 노도술 원장뿐이니,


꺼낼 방법만 생긴다면 언제든 유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일이었다.


굳이 무리해서 유물을 꺼내려다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기철이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손뼉을 쳤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빛이 돌았다.


"덕구야! 내가 배관공 일을 배울까 하고 따라다녔을 때 말이야,


막힌 곳을 찾기 위해 내시경 장비를 사용하는 걸 봤거든.


그걸 이용하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야!"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유물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에,


우리는 다시 에덴으로 향했다.


불과 한 주 만에 풀들이 더 무성하게 자란 듯 보였지만,


산을 오르는 둘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기만 했다.


지난 한 달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가슴속에는 뜨거운 불덩이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다시 마주한 코끼리 바위는 지난주와 다름없는 위용을 뽐내었다.


거대한 형상이 우리를 압도했지만,


이제는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곧 파헤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기철이는 조심스럽게 빌려 온 배관용 내시경 장비를 세팅했다.


그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휴대용 모니터 화면에는 희미한 빛과 함께 동굴 내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카메라가 장착된 호스를 바위틈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화면 속에는 동굴 바닥의 축축한 이끼와 작은 벌레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눅눅한 흙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기철이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숨소리마저 죽이며 호스를 조금씩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의 어깨너머로 화면을 주시했다.


심장이 피부를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철이의 몸이 갑자기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나를 잡아끌었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걷잡을 수 없는 흥분과 함께 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덕구야! 빨리… 빨리 와봐!"


그의 목소리는 호들갑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드디어 유물을 찾은 건가?


한 달간의 고생이 마침내 보상받는 순간인가?


나는 기대에 부푼 심장을 부여잡고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화면을 들여다본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차가운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희미한 화면 속에는 동굴 바닥에 널브러진 보자기들이 보였다.


크고 작은 보자기들. 분명 그것들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보자기들이 지나치게 납작했다.


혹시 유물들이 너무 작아서 그런 건가?


설마… 설마 아니겠지?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화면에 눈을 바싹 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텅 비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깔끔하게 모든 것을 쓸어간 듯,


완벽한 공허만이 존재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깊이 파고들었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지는 듯했다.


한 달간의 고생,


무당집의 불길한 예언,


최면을 통해 되찾은 기억,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코끼리 바위.


그 모든 노력, 그 모든 희망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기대가 팽창했던 만큼, 그 빈 공간은 마치 심장 밑바닥에 거대한 구멍이라도 뚫린 듯,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공허함으로 변했다.


입술 사이로 메마른 한숨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도대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 순간, 기철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그의 눈빛에는 기대가 좌절된 분노,


그리고 다시금 나에 대한 깊은 불신이 스며 있었다.


그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는 내가 유물을 빼돌렸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의 얼굴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네놈이 빼돌렸지! 어디다 숨겼어? 빨리 말 안 해?"


기철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나의 멱살을 잡았다.


그의 거친 손이 내 옷깃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분노로 격앙되어 있었고, 그의 쉰 목소리는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날카로웠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몸에 힘이 풀려 기철이가 휘두르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었다.


눈앞에는 불타는 보육원, 그리고 그 속에서 사라져 간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다시금 아른거렸다.


모든 것이 허무했다.


잿더미가 된 보육원처럼,


우리의 희망도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