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At ease (열중쉬어~)
이제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ALCPT 도 끝나고, PT Test도 끝나고 KTA 3주간의 교육과정도 거의 끝나가고 1995년도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시기
였다. 주특기 교육을 받으면서 대충 어느 정도 감은 잡았지만 자대배치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난 주특기를 행정으로 받았지만 행정은 모든 부대에 있는 특기이므로 일반 보병, 포병, 헌병도 있어 어떤 부대로 가느냐에 따라 부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너무 속 보이는 걸까? 동기생 중에는 보병, 헌병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정말 고생 많이 할 텐데......
논산에서의 기본군사훈련 그리고 평택에서의 군사영어 및 미군생활 전반에 대한 교육 대략 2달이 넘는 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자대생활에 대한 긴장과 드디어 교육생활 끝나고 계급장을 달 수 있다는 설렘(?)이 공존하지만 내게는 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작동하여 엔도르핀이 솟아났다.
그러한 긴장 속에서 마지막 며칠을 앞두고 동기들하고 주소록을 만들어 (당시 지금처럼 일과 시간 끝나고 스마트폰을 사용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고, 전부 아날로그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 주소록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장씩 나눠 갖고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동기들이니 각자 추억을 남기기 위해 Canteen에 가서 라면 한 그릇과 콜라 한잔은 다가올 고난과 고통을 잊게 해 준다.
카투사가 배치되는 곳은 당연히 미군부대이고 캠프라 명한다. 좀 더 규모가 크면 USAG +지역명을 붙인다.
Camp Humphreys (캠프 험프리스) - 뒤에 나오는 명사는 사람 이름이고 전사한 군인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Camp Walker, Camp Page, Camp Casey 등......
USAG (United States Army Garrison) - 캠프보다 더 큰 규모로 지역명이 뒤따른다.
UASG 용산, UASG 평택, USAG 대구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캠프는 USAG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교관한테 듣기로는 우리나라에 88개의 미군부대(캠프)가 있다고 했다. 이 중에는 아주 대규모의 USAG도 있고 (용산, 평택, 대구 등) 소규모의 Camp (카투사가 근무하지 않는 곳 포함하여) 모두를 말한 것이다.
현재는 크게 평택과 대구 지역으로 통합되었으며 평택험프리스 캠프는 미군 해외 주둔 기준 세계최대 단일 부대이다. 그야말로 집중과 선택의 전략으로 새롭게 더욱 확장된 캠프이다.
[출처 - 나무 위키 주한미군부대 주요 위치]
사진을 보면 Osan Air Base와 Kunsan Air Base가 나오는데 여기는 미 8군이 아닌 미 7 공군이다.
우리나라에는 미 8군과 미 7 공군, 그리고 미해군(진해-아주 소수)도 주둔해 있다. 오산과 군산 그리고 진주는 미군부대이긴 하지만 카투사는 미육군(U.S. Army)에 배속되어 있기에 미육군 외에는 배치되지 않는다.
위의 표는 주요 예하 사령부의 (이 부대 말고도 더 많은데 나중에 다시 다뤄보겠다.) 부대마크와 주둔지역을 표로 만든 것이다. 아마 구굴이나 나무위키에 서치하면 더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가 많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발달해서 조금만 수고를 하면 다 검색해서 알아보고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그때는 오직 선배들에 의한 귀동냥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기이다.
문뜩 이 말이 생각난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보릿고개(이 말은 아는 사람은 지금 얼마나 있을까?)가 있어 정말 밥 한 끼 먹고살기도 힘들었는데 이 말은 들은 요즘 애들이 라면 사 먹으면 되잖아요?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다르고....... 근데 이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내가 살아온 경험보다 앞으로 바뀔 미래가 더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가 없다.
feat 이병헌, 송강호 (이영애)
영화를 보신 분도 있고 안보신분도 있지만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고 극적 요소를 가미해 만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이해하면 좀 어렵다. 판문점을 사이에 두고 바로 코앞에 북한군과 마주쳐 군무하기 때문에 엄정한 군기와 엄청난 체력훈련 그리고 빡센 군기로 카투사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여기 부대는 Camp Bonifas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도 이미 한국군에 의해 임무가 인계되었다.
공식부대 명칭은 "공동경비구역 유엔군사령부 경비대대' (United Nations Command Security Battalion - Joint Security Area)이다. 통상 JSA라 한다.
부대 모토가 'In front of Them All (그들 앞에 서 있다. - 최전선에 서있다.) 한마디로 부대의 상징성, 대표성을 함축한 것 같다. 눈앞에 바로 북한군들을 마주하며 군복무를 하는 군인들은 전군 통틀어서 얼마나 될까? 철책선 밖으로 보는 것이 아닌 분단경계석을 마주 보고 이름도 서로 외울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는 경험은 어디서든 겪지 못할 것이다.
카투사 교육대에서(KRTC인지 KTA인지 구분은 안 가는데) 갑자기 전원 필드로 집합하여 양팔 간격 나란히 하며 부동자세로 서 있으라고 하였다. 잠시 후 세단 1대가 미끄러지듯 오면서 한국군 1명과 부관 2-3명이 동시에 내려서 교육생 전체를 한 명 한 명 쳐다보면서 대형을 지나가고 이내 몇 명을 선택하여 호명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분들이 누구인지 설명을 안 했지만 눈치로 아 올 것이 왔구나. 이게 JSA 차출하는 것이구나 여기서 선택을 당하게 되면 바로 JSA로 가는구나 그 짧은 시간에 별의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말로만 듣던 JSA가 바로 내 눈앞에 펼쳐 있는 것 같다. 몇몇 동기생 중에는 일부러 눈을 흐리멍텅하게 초점을 맞추지 않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서있기도 하였고 당연히 그 곁은 바로 Pass 하셨다. 컨택을 다 하고 나서 한 마디 하시는데 대한민국 최고의 부대 JSA는 정신상태가 나약하고 꼼수를 바라는 군인은 필요 없다고 하셨다.
이미 어떤 마음으로 행동했는지 꿰뚫으셨다. (이건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인데 누구나 사람을 뽑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인사권자라면 다 보인다. 부모가 자녀들이 어떻게 부모를 속이는지 아는 것처럼 다 안다.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들도 이미 그 시절을 경험하고 지금의 결정권자가 됐으니 속이려 하지 말라 오히려 그런 것들이 사회생활에서는 더 마이너스다.)
왜 그렇게 까지 피하려고 했을까? 저녁에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내 생각에 그런 것 같다.
일반 군인이었다면 어차피 보직, 자대배치 모두 뺑뺑이고 운이라 생각하여 힘든 부대로 배치돼도 이게 내 실력이 아닌 운이라 생각하고 운이 나빴다 하고 받아들이는 게 편할 수도 있겠지만 소위 카투사로 지원한 군인들은 이른바 편한 생활, 미군과 함께하여 얻을 수 있는 혜택(영어라든지, 외국문화라든지)을 분명 기대하고 왔는데 한국군보다 더 빡세다고(사실 제일 빡센 부대는 자기가 나온 부대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고생스럽다)
하는 JSA나 전투부대로 가면 억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이러려고 어렵게 시험 쳐서 자원입대했나 하고.
사람들이 언제 가장 억울하다고 느끼느냐 하면 나와 상대방이 다른 기준과 다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들다고 고생스럽다고 그게 내 인생이 아닌가? 남들보다 더 힘들고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 인생을 내 인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고난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가? 비록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그것이 나를 위한 가장 최선의 것이라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결국 극복하고 기쁨과 행복을 찾는 게 아닐까?
물론 이렇지만 나 역시 편한 부대 편한 보직에 더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JSA는 차출되지 않았고 큰 산을 넘은 것 같았다. 역시 JSA는 원한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안 간다고 빠질 수도 없는 '신의선택'을 받는 상위 0.01%의 엘리트 군인만이 간택받을 수 있다.
이제 곧 다가올 나의 부대는 어디인지 이제 좀 마음을 비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