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조용한 삶, 혼자 사는 삶, 버리는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내가 알고 있는 콘서트 중에서 가장 핫하고, 가장 쿨하고, 궁극의 도파민이 폭발하는 싸이 흠뻑쇼. 이번 주 새온독 선정도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게다가 리더는 바로 나였다. 일주일 동안 조용히 홀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던 소로의 삶을 음미하고 공감하며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평안한 한 주였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되듯, 내가 읽는 것이 곧 내 삶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살고 있다. 그렇게 담박하던 보내는 그 주에 싸이 흠뻑쇼가 예약되어 있었다. 싸이 흠뻑쇼에 대한 별 감흥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토요일이 되었다. 막상 그날이 되니, 아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몇 년을 벼르고 별렀던 싸이 흠뻑쇼였다. 와이프랑 더 낡기 전에 가자고 말을 꺼낸 지가 10년은 넘은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일정이 맞지 않아서, 티켓값이 비싸서, 예약하기 힘들어서라는 뻔한 핑계로 미뤘었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라는 모토를 장착한 올해는 달랐다. 모든 핑곗거리를 무시하고 최우선적으로 질러버렸다. 그렇게 빠른 예약을 하고 옷도 사고 필수품도 미리 준비했다. 느림보 부부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흠뻑쇼 4시간 전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도 여유 있게 하고 간식도 먹고 행사도 참여하고 사진도 찍으며 싸이 흠뻑쇼에 벌써부터 젖어들었다.
36도 땡볕아래서 3시간 정도 대기하다 보니, 팔팔하게 솟아났던 긍정에너지는 바닥나고 슬슬 짜증과 후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날씨는 왜 이렇게 더운지, 태양은 왜 그렇게 내리쪼이는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어깨에 짐은 왜 그렇게 무거운지. 마치 덕장에서 말려지고 있는 생선이 된 기분이었다.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머리로만 알고 있던 열사병의 증상을 온몸으로 느낄 정도였다. 참을 인자를 수십 번 되새기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되었다. 관객석에는 여러 대의 스프링클러가 사람들을 향해 야무진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하늘로 발사된 물줄기는 무지개를 그리며 나에게 발사되었다. 머리부터 발끌끼지 땀과 짜증으로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나의 몸과 영혼은 한순간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왜 흠뻑쇼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만약 흠뻑쇼를 타의에 의해 가게 된다면 열고문과 물고문을 받는 기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물에 젖은 시원한 생쥐 마냥 음악을 들으면 기다리다 보니, 그때가 되었다. 로켓처럼 발사된 싸이, 현란한 춤과 고막을 찢을 듯한 노랫소리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함성소리. 그렇게 도파민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며 광란의 흠뻑쇼는 시작되었다.
연예인, 댓댓, 예술이야, 나팔바지 등의 노래가 쉴 새 없이 날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이런 말을 했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어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돼라." 나는 내 안에 그렇게 폭발적인 흥이 있는지 몰랐다. 4시간 동안 일어선 채로 점프하며 소리를 지르던 나를 내가 보며 나의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였다. 새로운 나의 지역을 발견한다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기쁨과 놀라움 그리고 자신감을 선물해 주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 대가는 혹독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쉬어 버린 목소리 그리고 텅 비어버린 에너지 잔고. 그렇게 우리는 정신은 하이텐션, 몸은 걸레가 되어 자동차로 향했다. 갑자기 와이프가 정말 만족스러웠는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년에도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