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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Nov 22. 2024

[평론가의 삶] 나만의 영화관 꿀템

영화를 보는 게 일이다 보니, 내게 영화관은 반쯤 업무 공간이다. 그래서 영화 관람 컨디션에 민감한 편이다. 자주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불편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정리했다. 아무도 관심 없을 나만의 영화관 개꿀템. 영화관에 자주 들락거리는 인간의 노하우 정도로 보면 되겠다. 


1. 귀마개

이건 진짜 소중하다. 나는 오감 모두 민감한 예민이다. 그중에서도 큰 소리를 힘들어한다. 그런데 요즘 영화들이 사운드를 중시하며 볼륨 자체를 키우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영화를 보며 '귀가 아프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돌비 시네마관에서 시사를 여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소리가 너무 크면 영화에 집중이 힘들다. 


그래서 내 가방 속에는 늘 귀마개가 상비되어 있다. 열람실에서 귀마개 끼고 공부할 때는 그렇게 잠 오더니, 다행히 영화관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서 다행. 


2. 내가 만든 쿠키

평론가가 되며 영화 보는 일은 업무가 되었지만, 내 몸은 여전히 영화관에 놀러 가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래서 영화관에만 가면 입맛이 싹 돈다. 머리는 '영화 보면서 메모해야지... 이따 글 어떻게 쓰지?'라며 고민하지만, 조동아리는 '팝콘 콜라, 콤비 세트!!!'를 외쳐댄다. 


하지만 갈 때마다 팝콘을 먹어댈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준비했다. 내가 만든 쿠키이♪ 나를 위해 구웠지♬ 집에서 종종 만드는 쿠키(살은 덜 찌는데 개맛없는 쿠키)를 조금 포장해서 챙겨간다. 어차피 영화 볼 때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주전부리가 필요한 거라, 이 정도면 군것질 욕구는 말끔히 해소된다. 한두 입이면 입맛이 뚝 떨어져서 과식하지 않게 되니 일석이조. 


나도 일생 다이어터인데, 영화관 가는 길에 맛있는 간식이 너무 많아서 무너질 때가 있다. 대체할 만한 걸 챙겨가면 후회할 일이 적다. 

 

3. 전투복

영화관에 불편한 옷을 입고 가면, 나올 때 즈음 매우 피로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편하게 입고 영화관에 간다. 초반에는 트레이닝복을 입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은 나한테나 익숙할 뿐, 남들에게는 데이트 장소라는 점을 깜빡했다. 좌우에 차려 입은 멋진 관객들을 돌아보며 '아 이건 좀...' 싶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외출복 중에 가장 편한 옷을 입고 간다. 적어도 러닝타임 내내 바지 단추가 배를 찌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자도 애용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벗었다가 끝나면 조용히 쓰고 나온다. 신발은 늘 운동화. 나만의 전투복 세트.


처음에는 '깔끔하게 입고 영화 보러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사회 초년생이 회사 가면서 멋 내는 거랑 비슷하달까. 업에 적응하며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2~3시간 동안 집중해야 하는 장소니까 편한 게 제일! 영화관에서 저런 패션으로 서성이는 이상한 인간이 혹 보이면 모른 척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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