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위키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위키드>에서 클라이막스는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 넘버는 유독 웅장하며 화려한 CG가 동원되고,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곡이 시리즈의 전반부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드>는 영화 내내 '반전과 전복'을 꿈꾼다. 무엇에 대한 전복인가? 외모와 피부색에 대하여 세상이 가지는 편견, 위대한 마법사에 대하여 당연하게 가져왔던 믿음 등이 그것이다. 영화는 이 세상을 떠받드는 생각을 하나하나 비추며, 그 어디에도 당연히 옳은 것은 없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이것은 <위키드>의 원작 소설과 뮤지컬에서도 등장했던 내용이다. 다만 이 작품이 '영화화'됨으로써 좀더 강조된 부분이 있다.
<위키드> 마법 같은 세계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실현됐다는 점은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데 영화화의 장점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위키드> 영화판에서 돋보이는 것은 클로즈업이다. 특히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에 대한 클로즈업.
이 영화는 엘파바의 두드러지는 외모에 따른 선입견을 소개하고 그것을 깨부순다. 그 과정은 특히 '글린다'의 시선을 통해 소개된다. 그녀는 처음 엘파바를 보고 선을 긋지만 그녀를 친구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편견을 벗어난다. 이 과정에서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특히 둘이 무도회에서 마주보고 춤을 출 때 그녀들 사이 오가는 감정을 목격하는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글린다가 엘파바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과정을 이해한다. 영화라서 가능한 연출이다.
이런 장면들이 쌓이다가 마침내 'Defying Gravity'가 나올 떄 감동은 폭발한다. 앞서 엘파바가 부딪혔던 벽, 그 앞에서 느꼈던 감정이 하나하나 우리에게 세밀하게 전달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마법으로 하늘을 나는 엘파바의 모습은, 그녀를 가두었던 사고와 규율, 이 세계의 불합리한 모든 것을 거스르는 전복적 행위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중력을 벗어나'는 것은, 마침내 <위키드> 뿐 아니라 관객 삶의 짜릿한 반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아래는 이 글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준 이지현 평론가의 글이다. 날카로운 평이라 생각된다.
http://www.cine21.com/news/view/?idx=6&mag_id=106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