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콘텐츠, 그 원시적인 재미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콘텐츠'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흔히 폰이나 PC를 켜고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보는 재미난 영상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개인에게도 콘텐츠가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재밋거리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콘텐츠가 그 사람의 매력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훌륭해도, 좋은 직업을 가졌어도 콘텐츠 없는 인간과 단 둘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개인의 콘텐츠는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은 별것 아닌 썰을 제법 맛깔나게 푼다. 어떤 이는 말을 수려하게 하진 못하지만, 조용조용 두런두런 대화하는 스킬이 좋다. 어떤 이는 남들이 모르는 이쁜 오솔길을 많이 알고, 또 소개하길 좋아한다. 어떤 사람은 메뉴 선정을 잘한다. 어떤 이는 상황에 어울리는 카페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카페. 혼자 조용히 휴식하는 카페. 어떤 이는 사소한 기억력이 좋아서, 때때로 나도 잊었던 나의 과거 한 조각을 문득 건네준다.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즐거움이 개인의 콘텐츠다.


유튜브는 이토록 사소하고 개인적인 콘텐츠를 영상으로 변환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든 생태계다. 먹는 방송, 게임 방송, 누군가 수다 떨며 화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방송. 그 결과는 어떤가? 유튜브 생태계는 레거시 미디어의 전통적 콘텐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유튜브 방송의 요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오랫동안 즐겨 온 지극히 일상적이며 원시적인 재미다. 아무리 놀거리가 넘쳐나도, 우리는 언제나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그 원초적 콘텐츠에 목마르다. 이런 것을 간직한 이들과의 시간은 풍성하며 즐거우므로. 그게 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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