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보니 오히려 중국인 대우하는 영화
먼저 이 글로 어떠한 이익도 받지 않음을 밝힌다. 늘 그렇듯 내돈내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이하 <악프2>)는 개봉 전부터 인종차별 논란에 시달렸다. 요지는 예고편에 등장하는 진 초이(헬렌 J. 셴) 캐릭터가 아시아인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것. 옷이 촌스럽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이름이 '진 초이'라 중국인 비하 표현인 '칭챙총'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다.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겠다. 먼저 너디한 옷차림과 태도.
중국계로 예상되는 진은 영화 초반에 옷이 좀 너디하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녀가 앤디(앤 해서 웨이)의 뒤를 잇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앤디의 후계자.
시즌 1을 기억하는가? 처음 앤디가 등장했을 때 그 촌스러운 복장. 지나치게 소탈한 태도. 그리고 상사인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말에 코웃음을 쳐서 찬물을 끼얹었던 모자란 매너까지. 이 영화에서 촌스러운 옷과 애티튜드는 주인공의 미덕이다.
왜냐하면 <악프>는 기본적으로 성장서사를 따른다. 일반적인 성장 서사는 "나약함 → 스승을 만남 → 트레이닝 → 강해짐"의 순서다. 하지만 여기는 패션업계. 그래서 "촌스러움 → 나이젤이 코디해 줌 → 까리해짐 → 환골탈태" 이런 플로우를 따라간다.
진은 앤디,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나이젤(스탠리 투치)과 함께 주인공 그룹이다. 지나가는 조연이 아니라는 것. 3편이 제작된다면 더 큰 롤을 맡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롤을 중국계로 설정한 이유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중국시장의 중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예고 영상을 토대로 일부에서 제기한 '인종차별' 혐의와 다르게, 실제로 이 작품은 중국 시장을 대단히 의식하며 중국에 친화적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런 가설을 강화하는 것은 다른 중국계 배우의 등장이다. 그녀는 영화 내에서 상당히 멋지고 파워풀한 여성으로 나온다. <악프2>가 정말로 중국을 조롱하고 싶었다면 중국계 배우 2명에게 중요한 롤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보 차 내한도 하고, 선물 받을 때 한국식으로 넙죽 인사하던데. 그래놓고 영화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하다니 싸패냐?"라고 반문하던데, 이런 의문 역시 가설대로라면 해소가 된다. <악프2> 측은 아마도 정말로 아시아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 듯하다.
다만, 이들은 진이 중국계라는 걸 몹시 티 내고 싶었던 것 같다. 중국 시장에 어필해야 되니까(물론 뇌피셜임). 그래서 캐릭터 이름을 떡하니 '진 차오'로 지어버림ㅋㅋㅋㅋ 제정신? 처음 진이 등장하며 "저는 진 차오예요!"라고 하는데 나도 움찔했다.
자세히 보면, 그 장면에서 진의 의상도 촌스럽게 보이려는 의도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중국 전통 의상 치파오를 닮은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치파오의 카라를 표현하려고 단추를 목끝까지 채운 것 같음. 옷 자체는 귀엽던데. 그런데 애 이름이 "친 차오!!!(이렇게 들림)"니까 패션까지 오해받잖아.
이 정도의 감수성이니, 인종차별 논란이 돌았을 때 꽤나 당황했을 것 같다(우린 중국인을 대우한 건데.. 대체 왜 이런 반응이?). 특히 어필하고 싶었던 동네에서 인종차별 논란이라니 X됐다 싶었을 것. 예.. 뭐 이번 기회에 잘 배우시고요.
다만, 영화 전체를 보고 나면 이번 논란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시아인을 적극 내세웠는데, 아시아인 무시하지 말라며 두들겨 맞음ㅋㅋㅋㅋㅋ 이런 오해가 개봉 후까지 이어져서 영향을 미친다면 아시아인을 기용하는 시도 자체가 위축될 것 같고.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거다. 내가 뭐라고ㅎㅎ 현타가 온다.
그나저나 요즘 패션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이 정도인가? 동양인 차별인가 싶어 같이 욕해주려다 갑자기 부러워진 한국인.
나는 평론가지만 모든 영화를 작품성 기준으로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오락물을 아트하우스 영화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그 무슨 해괴한 짓인가. 영화는 제작된 목표에 맞춰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악프2>를 보자.
이 영화의 목표는? 패션산업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웰메이드 프랜차이즈 영화.
목표가 비윤리적인가? X.
목표를 달성했는가? O. 볼거리가 넘쳐남.
그 외 요소가 훌륭한가? △. 스토리가 1편 복붙임. 그래도 크게 거슬리진 않음.
그래서 종합하면, 그럭저럭 볼 만하고 1편을 좋아했다면 추천.
근데 부모님 모시고 가는 건 좀 비추. 오늘 영화관에서 코 골고 주무시는 아저씨 두 명 봄ㅋㅋ 원래 영화관에서 자는 잠이 맛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