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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an 15. 2019

글을 쓰고 싶을 때 바로 써야하는 이유

문득 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일종의 글감일 것이다. 예전에는 글감이 있어도 실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력'이란 놈이 찾아올 때까지 쓰지 않고 기다렸다. 간단한 글은 싸이월드 같은 고대 유물에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아끼는 것들은 쓰지않았다. 실력이 갖추어졌을 때 기가막힌 글로 쓰고싶어서.


지금와서 가장 후회하는 행동들이다. 그때로부터 한참이 지나,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서 열었던 마음의 상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혹은 이제와 쓰기에는 너무 낡아버렸다. 이것은 추억이 아닌 감성에 대한 말이다. 그 시절에 내가 느낀 감성은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감성도 나이든다는 사실을, 지나버린 감성은 언제든 기억해 낼 수 있는것이 아니란 점을 그 때에는 몰랐다.


가장 아까운 것은 세상을 처음 마주했던 20대 초반의 감성들이다. 그 시기에 나는 말랑한 살을 바늘에 찔리듯 강렬하게 세상을 경험했다. 연애도, 우정도, 사회도 모든것이 그랬다. 그때 그 감성을 서툰 글로라도 남겼더라면 이제 그것을 손봐서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 그 시절을 추억하며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감성으로 쓴 과거에 대한 글이다. '현재'는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오늘의 감성은 오직 오늘에만 주어진 선물이며 내일이면 사라진다. 그 때엔 그 때의 선물이 있겠지만.


그래서 요즘에는 부지런히 쓰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성인이 되어 동요를 부를수는 있다. 하지만 아이의 감성으로 그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부르고 싶은 노래는 바로 불러야한다. 쓰고 싶은 글도 바로 써야한다. 감성도 점차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글에 묻어나는 감성도 세월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그것을 글에 새기는 방법을 지금 당장 쓰는 것 뿐이다. 어떤 실력이든, 어떤 글감이든. 무언가에 가슴 떨리는 지금의 당신은 내일이면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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