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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03. 2020

난 샤워할 때 영감이 떠올라

사람마다 영감을 얻는 사소한 습관 같은 게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 그건 '샤워'다. 글이 꽉 막혀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순간에 기분 전환 삼아 샤워를 하면 의외로 생각이 정리되며 글이 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듯한 물로 하는 반신욕도 좋고 머리를 마사지해주면 더 효과가 좋다. 따끈한 물에 몸을 담고 머리를 콕콕 눌러주다보면 '이 글은 이렇게 전개해야겠다', '이런 으로 쓰면 재밌겠' 하는 의외의 아이디어들이 힘 들이지 않고 주루룩 생각나곤 한다. 유레카! 발가벗고 뛰어가는 심정을 알겠네. 몸을 풀어주면 영감이 날아드는 건 무슨 조화람. 이런걸 보며 창작활동은 결국 신체활동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럼 샤워를 자주자주 하면 더 좋은 생각들이 마구마구 샘솟겠네! 하는 생각을 나도 했다. 그래서 실험을 해 봤더니 그건 또 아니더라? 샤워를 통한 영감은 그렇게 쉽게, 기계적으로 와주지 않았다. 정말 머리를 쓰다쓰다 막혀서 샤워물이 간절히 생각나며 지금이야! 하는 순간에만 효과가 나왔다. 한 챕터가 모두 끝나야 그 끝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까다로운 아이디어 XX..


어쩌면 내 글쓰기 활동은 샤워를 기준으로 횟수를 셀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2샤워만큼 글씀. 어제는 1샤워. 책 하나 만드는데 대략 470샤워 걸림. 그래 맞다 헛소리고. 그러니까 나한테 샤워란 쿨타임이 엄청 긴, 몇 시간을 기다리면 5분 정도 쓸 수 있는 필살기 같다. 그러니 어딘가 지친 표정의 내가 얼굴이 뽀얗게 익어서는 에 김을 모락모락 내며 지나간다면 "아 홍수정이 지금 글에 매우 매진하는 상태구나"하고 모른척 지나쳐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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