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김태원 옹께서 유튜브를 하던데

예술가의 기행을 좋아한다.

애매한 자가 겉멋만 들은 것은 몹시 싫어하지만, 내가 인정하는 '진짜'가 자기 느낌대로 요상한 짓을 하는 것은 흐뭇하게 받아들인다. 그래그래, 예술가가 좀 그래야지. 평범하고 상식적이면 예술 어떻게 하겠어 후우. 우쭈쭈 우쭈주 짜란다 짜란다. 갖고 있는 애정을 모두 동원해서 쉴드 쳐 줄 용의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나의 눈은 지극히도 편애에 젖어있다 할 것이다.


김태원2.PNG 유튜브 채널 '김태원클라쓰' 캡처

최근 부활의 김태원 옹께서 유튜브 채널을 팠다는 것을 알았다. 이름은 '김태원클라쓰'.

만든 지 무려 3년이 지났으니 내가 늦게 안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채널이 꽤나 재밌다. 부활의 골수팬만 이해할 법한 마니악한 영상이 올라오지 않을까 지레 짐작했는데, 지나가는 머글이 보아도 즐길 법한 콘텐츠가 많다. 구독자도 20만이 넘었으니 꽤 흥한 상태.


김태원이 이승철, 김재기 등 역대 보컬들에 대한 썰을 푸는 것도 흥미롭고(김태원의 시각에서 본 보컬의 개성이나, 에피소드 등을 말해줌), 김국진이나 김종서 같은 친구들 불러다 수다 떠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고. '백색소음'이라고 김태원이 작사, 작곡 등 작업을 하면서 짧은 연주도 하는 Vlog 같은 영상인데 무척 편안하고 감성적이다.


사실 뭐 명곡이 워낙 많으니 노래 하나씩만 해도 콘텐츠가 넘치긴 하겠지. 그런데 또 유튜브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연예인이 채널 파서 잘하는 것만 디립다 하면 골수팬 상대로 하는 장사밖에 안 되더라고. 성시경처럼 본업(노래)에다 낯선 모습(요리, 반려견)까지 더 보여줘야 제대로 자리를 잡더라.


그런 점에서 이 채널은 PD의 능력이 상당한 것 같다. 김태원에게 애정도 있고 센스도 있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짐. 마냥 노래만 들려주는게 아니라 부활 멤버들, 동료 가수들 등 김태원 패밀리를 불러들여서 재밌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 허리 걱정해주는 부활 멤버들, 노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약하면 뇌가 망가진다.. 뭐 이런 예상치 못한 수다들을 떨어서 꾸준히 보게 됨.


김태원3.PNG

그런데 내 기준으로 제일 재밌는 건 김태원의 일상 영상이었다.

내게 김태원은 (락을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진짜 아티스트의 부류랄까. 그런 면모는 그의 일상에서도 느껴지는데 고요하고 진중하게, 또 이따금씩 괴로워하며 자기 내면에 조용히 집중해서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이 표절을 피하기 위해 다른 이의 곡을 듣지 않는다는 고집스러운 면과 잘 어울렸다. 그러니 찐 예술가는 작업의 퀄리티보다 태도로 결정되는 것 같다. 그리고 타고난 재능과 감각. 잘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기보다 자연스레 예술에 매혹되어 자기 인생을 헌신하는 모습. 이런 점들이 세상과 화합하지 못해 기행으로 표출될 때 나는 그것들이 좋다. 그래서 내게 김태원은 예능에 나와서 망가져도 별로 망가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뭔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는데, 채널에서 그 느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소소하게 재밌더라고. 당분간 밥 먹을 때 켜둘 채널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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