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v슈퍼맨> OST 'Beautiful Lie'와 함께
<배트맨v슈퍼맨>을 봤습니다. 이하 <뱃슈>라고 부르겠습니다. 영화음악을 한스 짐머와 정키XL이 공동 작곡한 만큼, 어느 장면에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참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액션 영화인 만큼, 배트맨과 슈퍼맨이 제대로 한 판 붙을 때 가장 멋진 음악이 나오겠구나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일찍 나왔죠. 바로 시작하자마자 2분 간 이어지는 오프닝 크레딧 장면의 음악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뱃슈> 최고의 OST는 오프닝 장면, 즉 어린 브루스 웨인이 부모님을 여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 'Beautiful Lie' 란 곡입니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부모님의 죽음입니다. 지금껏 만들어진 수많은 배트맨 영화, 애니메이션, 심지어 게임 안에서도 빠지지 않고 묘사되는 장면이죠.
하지만, <뱃슈>에서 묘사된 부모님의 죽음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 독특한 면이 있었습니다.
비교를 위해, 먼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를 살펴봅시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의 마지막 대사가 '브루스'에게로 향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뱃슈>에서는 아버지가 '아내'를 바라보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둡니다.
Martha...
<뱃슈> 이전의 작품들은 부모를 살해한 '강도의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영화나 드라마 버전에선 강도가 '웃으면서' 부모에게 총을 쏘기도 합니다.
(나쁜놈들...)
감독은 이런 연출을 통해,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를 키움으로써 어린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죠.
<뱃슈>에서는 강도(주체) 보다는 살해를 당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강도의 모습은 처음에 총을 겨눌 때 딱 한 번 나옵니다. 그 후로는 강도의 모습 보다는 그가 든 '권총'에 계속해서 포커스가 잡히는 것에서 알 수 있죠.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의 금속 소리. 그리고 추락하는 어머니의 진주알들이 강조됩니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OST인 <Beautiful Lie>까지.
어린 브루스가 부모님을 잃는 장면은 수십 가지 버전이 있지만 이토록 감정적이고 강렬한 오프닝은 없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 스타일로 재탄생한 것이죠.
부모를 죽인 범죄자들에 대한 증오보다는, 부모(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습니다.
어머니인 '마사 웨인'에 대한 아들 브루스의 감정은 <뱃슈>의 핵심 장면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움을 멈추는 근거가 됩니다. 너무 뜬금없는 설정이지 않냐는 비평이 많긴 하지만요...
왜 OST의 제목이 뷰티풀 라이, 아름다운 거짓말 일까요. 오프닝 크레딧이 끝나갈 때, 어린 브루스 웨인이 박쥐들로 휩싸이며 빛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죠. 꿈에서 깬 브루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In my dreams, the bats took me into the light.
Heh... What a beautiful lie.
공포의 대상이던 박쥐들이 오히려 자신을 구원해줬다는 뜻이죠.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니까요.
스토리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평을 많이 받고 있는 <뱃슈>이지만, 연출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훌륭한 오프닝이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