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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예거 Aug 15. 2019

얄밉지만 똑똑한 광고의 탄생

토스와 카카오톡의 사례

토스 행운 퀴즈

요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 여기가 살아있는 광고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이버 실검을 광고판으로 만든 주범은 바로 토스 행운 퀴즈입니다. 작동 방식은 심플합니다. 토스 App 내에서 퀴즈 정답을 맞히면 토스 머니를 주는 건데요. 그 정답을 찾기 위한 네이버 검색을 유도합니다.


"어쩌구 저쩌구"를 검색해보세요!


어떻게 보면 다음이 좀 속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튼 토스의 행운 퀴즈가 네이버 실검을 어뷰징한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빛바랜 혁신'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 재직자 입장에서, 토스의 성장 전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토스는 적자 기업입니다. 유저들의 무료 송금을 위해 은행에 대신 송금 수수료를 내주고 있죠. 그래서 유저가 늘어날수록 영업손실 폭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토스의 매출 추이 @아웃스탠딩


단순히 간편 송금 서비스만 유지하기에는 회사가 버틸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정작 혁신을 편하게 누리는 사람들은 아무 비용도 지불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거의) 내지 않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때만 "혁신적"이라고 말하니까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수익 모델이 덕지덕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보험사/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보험/카드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넣고 자동차 시세조회, 대출, 부동산 소액투자, P2P 등 여러 기능이 토스 App 안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유저들은 App이 무거워졌다고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고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토스는 19년 2월부터 '행운 퀴즈' 상품을 본격 출시합니다. 퀴즈를 맞추면 돈을 준다는 직관적인 보상 덕분에 파급력은 계속 커지고, 고객 확보에 목마른 각종 기업들은 토스에 광고를 내기 위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욕은 좀 먹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똑똑한 광고가 탄생한 것입니다.


재밌는 건, 토스 행운 퀴즈 탄생 이후로 어뷰징을 어뷰징하는 하위 카테고리가 여럿 생겨났더군요.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들은 토스 퀴즈 정답을 아예 기사로 내버리고 트래픽을 확보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토스 퀴즈 정답만 올리는 블로그/텔레그램도 많습니다.


토스 정답 텔레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토스 퀴즈를 이용하는 것도 봤습니다. 아이러니하네요.


역시 '돈'이 걸려있다 보니, 창의적인(?) 어뷰징이 늘어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제가 행운 퀴즈를 영리한 기획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뷰징 때문에 네이버를 비롯한 웹 생태계는 불필요한 정보로 지저분해지고 있지만, 토스 App 내부는 여전히 직관적이고 깔끔합니다.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완벽히 단절된 듯이 말이죠. 토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UX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게 무서운 점입니다.




카카오톡 비즈보드

얄밉지만 똑똑한 광고의 탄생은 카카오톡에서도 있었습니다. 19년 5월에 출시된 '비즈보드(톡보드)'라는 광고 상품입니다. 카톡을 쓰시는 분들이라면 이제 다들 아실 텐데요, 채팅창 상단에 노출되는 배너 광고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느껴졌던 얄미움이란...


도입 당시에는 유저들의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광고 없애는 법이 웹에 우르르 올라오질 않나, 카카오톡 말고 다른 메신저가 나타나면 바로 옮겨 타겠다는 등 무서운 소리가 가득했죠.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다르게, 톡보드 광고는 유저의 사용성을 거의 해치지 않습니다. 단순히 광고가 보인다는 게 심리적으로 불편할 수는 있는데, 어차피 채팅창 상단은 엄지가 닿기 어려운 영역이라 실수로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매우 낮죠.


톡보드 광고가 뜨는 상단은 원래 누르기 힘든 영역 @lukew


국민 대부분이 쓰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광고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대담한 결단이었을 겁니다. 치열한 고민이 있었을 거구요, 위에 토스 사례에서도 얘기했지만, 혁신적인 서비스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잊었지만 카카오톡이야 말로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한 메신저계의 혁신이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알 몇 개 남았는지 확인하고, 50자 텍스트를 맞추기 위해 꾸역꾸역 띄어쓰기를 줄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 스마트폰이란 걸 사고 카카오톡을 설치할 때의 두근거림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카톡이 보급되며 피처폰 싸이감성은 모습을 감췄습니다


각설하고, 톡보드 광고는 출시 이후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톡보드로 하루 매출 2~3억 원을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구요. 19년 4분기부터는 더 큰 광고 매출이 예상됩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광고 때문에 기업과 서비스가 미워질 수 있지만, 기업들은 사용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네요. 아직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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