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곡부터는 힘을 좀 빼서 10분 이내 짧은 곡을 소개하고 싶다. 먼저 드뷔시의 달빛이다. 광고 음악으로도 많이 삽입되는 예쁜 곡이다. 그 달빛을 조성진이 연주한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데, 세계적인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이 조성진의 달빛을 최고의 음질로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려뒀다.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달빛'은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도 참 좋아한다. 조성진과 임동혁, 둘 다 서정적인 곡에서는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한다. 우리는 그냥 듣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가 그랬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달빛'을 묘사한다면 이 곡을 들려주겠노라고. 예쁜 표현이다. 임동혁은 달빛을 주제로 한 곡은 소름 끼치게 잘 치는데, 임동혁은 위 영상을 녹화한 날에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도 연주했다. 드뷔시가 표현한 달빛과 베토벤이 표현한 달빛은 그 분위기가 정반대라 재미있다. 꼭 같이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네 번째 곡은 베토벤 소나타 8번 중 2악장. 일명 '비창(Pathetique)'이다. 이 영상은 배경음악으로 틀어놔도 좋지만, 5분 동안 멍 때리면서 봐도 좋다. 왜냐면 뒤에 앉아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을 비춰주는 장면이 많은데, 단원들조차 묘-한 표정으로 조성진을 쳐다보는 게 킬포이기 때문. 관객은 물론 오케 단원들 조차 빠져들 게 만드는 조성진 당신은 대체..
마지막 추천 곡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다. 작곡가 리스트 하면 '라 캄파넬라'가 먼저 연상되는 분들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한 곡보다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곡을 좋아해서 사랑의 꿈을 골랐다.
링크 건 유튜브는 아쉽지만 영상은 없고 음원만 담겨있다. 꽤 오래된 2012년 조성진의 연주. 이때 조성진은 연 나이로 19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섬세하고 정열적인 사랑의 표현이라니. 조성진의 사랑의 꿈은 '좋아요' 눌러두고 오래오래 자주 듣고 있다.
@Christoph Köstlin, DG
작년에 아주 즐겁게 읽었던 소설가 장류진의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생각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안나'는 조성진 덕질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이다. 심지어 소설은 안나가 조성진의 홍콩 리사이틀을 보러 가기 위해 홍콩 왕복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을 낸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조성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나 보다. 언제 또 조성진(or 피아노)에 대한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름다운 연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