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심의 산물, 스코티쉬 폴드

이름에 깃든 무거운 대가

by 최전호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5년 전 어느 겨울, 그 날은 눈도 참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추위에 언 손을 입김으로 데우며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라, 골목에서 보이던 고양이들이 보이질 않네.'

필자의 감각이 워낙 무딘 탓도 있겠지만은 고양이의 실종을 겨울의 끝 무렵에야 알아챈 것은 그만큼 고양이들의 움직임이 워낙 조심스러운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집 주위를 배회하던 고양이들이(두 마리는 크림색이고, 한 마리는 하얀색에 검은 점이 살짝 있는, 아쉽게도 성별은 모르겠지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올 때쯤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진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야 그들이 사라진 것이겠지만 고양이들의 입장에선 좀 더 따듯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동굴을 찾은 것이다.


집에 들어와 언 몸을 녹이면서 고양이들의 행방을 궁금해하다가 필자 고양이를 키워야겠다, 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정말 불현듯이.

원래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하는 탓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내게 있다고 믿어왔다. 강아지던 고양이던 가만히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요구를 알아챘던 것이다. 능력이라면 능력이고, 착각이라면 착각이겠지만 그런 믿음으로 나와 동물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고양이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한 건 그 끈끈한 유대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국 내가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로 입문하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느 날 문득, 착각이 만들어낸 끈끈한 유대에 대한 당연한 반응.




01. 머나먼 나라 스코틀랜드_스코티쉬 폴드의 고향


출처 : http://www.newsmedia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8

스코틀랜드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느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필자는 치마를 입고 있는 남자들과 스카치 캔디 두 가지를 떠올린다. 그것 말고는 스코틀랜드와 나는 전혀라고 말 해도 좋을 정도로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어쩌면 평생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고 각자의 삶을(나라라는 것 자체도 삶이 있다면) 알아서 잘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이젠 조금 달라졌다. 스코틀랜드는 내가 키우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들의 고향이다. 그러므로 결국 스코틀랜드와 나도 단단한 유대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데리고 방문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했다. 그곳에 고양이를 데려가서는 "자, 이곳이 바로 너희들의 고향이란다. 어때?"라는 말을 건네며 그들에게 향수에 젖을 시간을 주고 싶은 것이다.


또 서두가 길었지만, 간단히 말해서 나와 함께 살게 된 두 마리의 고양이의 종은 "스코티쉬 폴드"라는 말이다.



02. 어쩌면 인간의 욕심


"스코티쉬 폴드"라는 종의 이름이 정해진 것은 참으로 간단한 이유였다.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귀가 접힌 고양이


아니, 이것보다 더 성의 없는 작명이 또 있을까? 쉽게 말해서 시골에서 어르신들이 개의 이름을 지어줄 때 까만 아이는 깜장이, 하얀 아이는 하양이, 누런 아이는 누렁이라고 이름 붙인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 말이다.

만약 필자가 이름을 지어줬더라면 좀 있어 보이게 "카시오페아 스피드", "피스 메이커", "캣드림"등으로 붙여줬을 텐데.


어쨌든 스코티쉬 폴드는 귀가 접혀있는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묘 가들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실 필자 선택을 쉽게 해줬던 것도 이 귀여운 외모였다.

귀가 접혀있기 때문에 얼굴을 더욱 동그랗게 보여 흡사 부엉이의 그것과도 비슷한 귀여움을 스코티쉬 폴드는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서 성격도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 같은(?) 붙임성을 가지고 있다. 사랑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귀여움 뒤엔 치명적인 슬픔이 있다.

그것은 스코티쉬 폴드 자체가 돌연변이종이며 이를 인공적으로 교배시켜 대량생산(?)해낸 것은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고양이는 자연적 선택으로 인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의 욕심으로 탄생되었다.


스코티쉬 폴드는 1961년 스코틀랜드의 한 농장의 "수지"라는 고양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귀가 접혀 귀여운 외모 덕분에 후에 사람들에 의해서 이 귀여운 귀를 강제로 유지당한 채 번식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코티쉬 폴드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이 고양에 대한 번식과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고양이의 접혀있는 귀는 만들어낸 것은 근본적으로 연골이 약한 유전병이라는 사실이었다.

연골이 약한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스코티쉬 폴드는 평생 관절염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유전병의 정도는 스코티쉬 폴드와 스코티쉬 폴드를 교배했을 때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스코티쉬 폴드를 상징하는 접혀있는 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명적인 유전병을 같이 유지해야만 하는 비극.

그것이 자연의 선택도, 고양이 자신의 선택도 아니었으므로 슬픈 것이다.




03. 이제 남은 건 우리의 자세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다.

사실 인간의 욕심이 다른 종의 삶을 방해한 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미 벌어져버린 일을 되돌릴 순 없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욕심으로 스코티쉬 폴드의 태생적 아픔을 탄생시켜버리고 말았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그것에 등을 돌려선 안된다.


출처 : http://item.gmarket.co.kr/Item?goodsCode=728456791

필자는 두 마리 귀여운 폴드의 집사로서, 고양이들의 약한 관절에 도움이 되는 코세퀸(coseguin)이라는 약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먹이고 있다. 또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고양이는 워낙 점프와 착지를 좋아하므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집안 곳곳을 푹신푹신하게 유지 중이다. 이런 수고와 노력들은 전혀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다. 고양이의 집사라면 필자의 이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우리의 욕심만 취하고 책임을 등한시한다면, 세상은 정말로 더욱더 살기 어렵고 살기 싫어지는 세상이 되고 말 테니까,라고 오늘도 우리 귀여운 똘이와 양이(저희 집 고양이들의 이름입니다)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부산물들인 무수히 많은 털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여기, 눈부시고 갖고 싶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우리의 눈 앞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보자. 조금만 욕심을 내고 무리를 하면 내가 취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것. 하지만 손을 뻗어 그것을 취하기 전 책임을 함께 취하기 바란다. 내 욕심 다른 존재의 불행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존재하는 모든 것엔 분명 의미가 있다고 믿는 필자는 그 시작이 조금은 슬펐다 하더라도 스코티쉬 폴드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르치고,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씁니다.
저서로는 “첫날은 무사했어요” 와 “버텨요, 청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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