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서 Feb 17. 2023

경찰이 잡아가면? 계속 불러! 그래도 멋질 거야 어때?

영화 <비긴 어게인>

"도시 전체가 라이브룸인걸.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녹음은 해."

- 댄(마크 러팔로)


 내가 '인생영화'로 꼽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비긴 어게인>. 겉보기에는 평범한 음악 영화인 듯싶지만, 막상 스토리에 대해서 조금 배우고 보니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댄(마크 러팔로)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공통의 목표(이자 극복대상)로 '비주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해내는 것'을 두고 있다. 비싼 음향기기들이 가득한 스튜디오와 회사의 지원과 홍보 등 '상업'적인 음악으로 돈 버는 것만을 추구하는 댄의 동료는 그를 해고했다. 음악 보는 눈과 감각은 있지만 그 사업성으로 수익을 올릴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레타는 무명 싱어송라이터이다. 오랜 남자친구인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참여한 영화음악이 대박 나면서, 큰 기획사와 계약했고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만을 추구하며 그레타와 함께 해왔던 음악은 깡그리 잊어버린다. (심지어 회사 여직원과 바람난 쓰레기이다.)  결국 이 두 남녀 주인공은 앨범 제작과 흥행에 성공해서, 각자의 가치관과 노력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려는 암묵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다. 


둘은 이어폰 분배기를 끼고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악으로 공감하고 교류합니다.

 이외에도 댄 역시 아내의 바람으로 인해, 가족과 별거하며 딸에게 소홀한 남편, 아빠이다. 이런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행복한 가족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레타는 바람난 남자친구를 바보처럼 사랑했다고 털어놓는다. 데이브가 버리고 떠난 그레타만의 음악을 성공시킨다면, 일종의 '복수'가 되는 셈이다.


 이들을 방해하는 적대자는 '돈'과 '대중의 시선'이었다. 오직 '상업'만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이 아니다 보니, 댄의 동료는 음반을 발매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이에 댄은 그레타에게 '뉴욕 전체가 야외 스튜디오'라며 도시의 각종 소음까지도 음악의 일부로 담자고 제안한다. 주변의 음악 하는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하고, 이들은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앨범을 제작한다.


 특히, 나는 댄의 딸 바이올렛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봤다. 어찌 보면 그녀는 댄의 아픈 손가락과 같다. 댄의 아내가 바람나서 놀고 있을 때, 댄은 그녀를 보살피고 있었다. 가정이 파탄날 위기가 파탄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댄은 혼란스러워하며 소중한 딸에게도 소홀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바이올렛은 취미로 일렉 기타를 연주했는데, 댄과 아내는 그녀에게 소홀했기에 그저 초보자 수준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그런 그녀에게 그레타는 명쾌하게 앞길을 제시한다. 야한 옷을 입고 다니거나,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어필하지 못하는 바이올렛을 보며, 복장도 고쳐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특히,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라는 곡을 녹음할 때에는 바이올렛의 일렉기타를 메인으로 내세워 녹음하기도 한다. 망설이던 바이올렛이 녹음 도중 끼어들었을 때는 버징(buzzing)이 생기거나 음 이탈이 나기도 했지만, 곡의 콘셉트와 분위기에 맞게, 아주 멋있게 노래를 연주했다. 


 댄도 그녀를 응원하고 북돋았다. 앞서 말한 댄과 그레타의 공동의 목표와, 각자의 목표가 점차 이루어져 가는 순간을 '바이올렛의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듯했다.


 데이브는 그레타가 선물해 준 'Lost Stars'라는 곡을 대중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의 경쾌하고 신나는 '팝'송으로 편곡해서 앨범을 냈었다. 하지만 그레타와 이야기한 후,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는 그레타의 원곡 분위기 그대로 노래를 불렀다. 그레타는 댄의 동료 회사와도 계약하지 않고, 음원 사이트에 $1로 업로드했다. 물론 앨범은 대박이 났다. 결국 댄과 그레타의 목표는 모두 이루어졌고, 둘은 서로의 삶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도 좋아했던 영화이지만,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점이 많았다. 특히, 댄과 그레타는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둘 다 바람난 애인에게 상처받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은 '안 되는' 음악이라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화려한 음향 장비와 스튜디오 대신 싸구려 장비와 야외 스튜디오로, 혼자서 듣는 헤드셋보다는 '이어폰 분배기'로 이들만의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었고, 또 성공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들은 이들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써 목표와 극복대상들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해낼 수 있었다. 밴드의 풀세션으로 와장창 하는 락이나 화려한 고음 위주의 노래 등,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현대 음악계를 비판하면서도, 잔잔하고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OST들도 매우 좋기 때문에 금상첨화가 되어, <비긴 어게인>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기억되지 않나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잡설] 담배 권하는 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