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씨의 아이>
“총을 든 소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맴도는 단어이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대체 어떻게 되어있길래 어린 소년을 궁지에 몰고,
'총'이라는 극단적 폭력의 상징을 손에 들게 만들었을까.
영화는 어른들의 지난 과오와 잘못으로 인한 결과(이상기후)를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자연을 바꿔놨으니) 아이들과 후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희생을 강요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한 것 같다.
어른들(스가, 경찰, 호스트바 사장 등)은 호다카의 손목을 낚아채고, 강제로 끌고 가며 폭력을 가했다. 히나를 다시 만날 때에도 그의 한쪽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세차게 흔들리며 존재감을 내뿜는다.
반면 호다카는 항상 히나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강요와 억압이 아니라 자유와 안전, 행복을 위해서.
소년을 지나 청년이 된 호다카는 주위 어른(비판하고자 하는 어른)과는 다른 어른이 되었다.
끊이지 않는 비를 보면 히나를 데려온 것에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며 갸우뚱했고, 아직도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히나를 다시 보며 그녀를 데려온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히나는 어머니의 물방울 모양 팔찌를 목걸이로 하고 다니며 ‘맑음 소녀’가 되었고, 이를 끝내자 목걸이는 부서졌다. 어른들의 의무와 책임(환경이든, 가족 부양이든)을 떠넘겨 받은 어린 아이가 비로소 아이답게,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그 무거운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가 아닐까.
마지막 장면에서 히나는 맑아지길 기도했을까, 아니면 호다카의 말대로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했을까.
히나는 호다카에게 처음 맑은 날씨를 보여주며 “이제부터 맑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마지막 재회 장면, 호다카는 기도하던 히나의 손을 하나씩 맞잡고 “우리는 분명 괜찮을 거야”라고 말했다.
세상이 미친 건 이들의 잘못도, 책임도 없고 그런 세상이어도 다들 잘만 살아간다.
그러니 호다카와 히나는 매일 비를 맞더라도 분명 괜찮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