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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서 Sep 01. 2022

[死설] 넷플릭스 드라마의 명확한 한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모범가족>

넷플릭스 드라마, <모범가족>


 살인, 협박, 범죄, 마약, 총, 칼, 피, 그리고 돈.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D.P.>, <마이네임>, <지옥>, <고요의 바다>,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그리고 <모범가족>.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넷플릭스는 이례적인 호황기를 맞았다. 지상파 3사의 심한 규제 속 흔하고 뻔한 드라마에 질릴대로 질린 시청자들은 수위 높고 자극적인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열광했다. 기존 드라마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매우 다양하고 자유로운 장르가 시도된다는 점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다양한 드라마 컨텐츠를 내놓는 문화적 기능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로 구독자를 끌어모으려는 보통의 '기업'에 불과했다. 물론 많은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명작의 축에 포함될 만하고, 안정 지향적인 지상파와 종편 드라마에도 큰 위기감을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 의의는 있었다. 드라마 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극' 하나였다. 초기에나 다양한 컨텐츠이지, 이제는 살인과 범죄, 피와 돈이 없는 오리지널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징어게임> 역시 이러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역대 기록들을 갈아치운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 자체가 흥미롭고 웰메이드 드라마라기보다는 자극적인 내용 위주로 바이럴이 된 게 더 크기도 하다. 이후에 나온 것들도, 그 전에 나온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 공개된 <모범가족>에서 이러한 한계는 명확해졌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소재와 전개, 심지어 배우들까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주인공은 얼굴과 몸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또 돈이다. 스토리 자체는 다를 수 있어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매번 똑같은 그림, 똑같은 연출이다. 거기서 거기인 장면들이라 극한의 몰입감을 주는 듯한 인위적인 느낌만 날 뿐, 전혀 집중할 수가 없다. 피 튀기는 것을 그저 '바라볼' 뿐인 시청자는 루즈함을 느끼고, 몰입하기도 힘들다.


 서사 자체도 문제이다. 장르 드라마에 사회적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서사에 '남는' 게 없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의 시원시원한 액션과 쾌감이 남는다. 그런데 <모범가족>같은 전형적인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에는 그런 게 없다. 그저 서로 죽고 죽이다가 비참해진, 혹은 살아남은 주인공이 덜렁 남겨질 뿐이다. 워낙 자극에만 치중해서인지, 개연성도 견고하지 않다. 어떻게 이어질 지 쉽게 예상되는 클리셰가 가득하고, 숨겨진 악역과 반전은 훤히 보인다. 극의 후반부까지 주인공을 극한으로 몰아세우지만, 그 해결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이고 어이가 없다.


 과연 넷플릭스는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tvN의 <우리들의 블루스>같은 힐링, 로맨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양성'에 주목받은 넷플릭스는 알고보니 전혀 다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드라마가 순위권을 줄줄이 차지하는 형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자 감소 추세로 돌아선 마당에, 앞으로 넷플릭스는 또 어떤 드라마를 내놓게 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죽여주는 이야기'의 넷플릭스는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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