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까기를 하고 싶었어요.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기쁩니다.

by 꼬메뜨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남편과 가까운 가족들에게 알렸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 중에서 나는 회사로 출근을 하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라인으로 연락하곤 한다. 회사에 출근 후 개인 메일을 확인하다가 브런치 작가 소식을 접했고, 그 후에 라인으로 남편에게 알렸던 것이다. 그 외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카카오톡으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한국 지인은 카톡, 일본 지인은 라인으로 연락하게 된다.)


가장 먼저 남편에게 답장이 왔다.


"작가님, 응원합니다!

내가 첫 번째 독자이자 열렬한 독자가 되겠어요. 글작성하면 링크 전해주셔요."


아- 하지만 이 답장을 받고 나는 흠칫 해 버렸다. 별로 내가 쓰는 글을 보여주고 싶지 않구나 라는걸 그 순간에 알아버렸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라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의 에피소드가 떠 올랐다.


중학교 때 삼성 컴퓨터를 처음 구입하면서 고등학생 시절까지 '유니텔'이라는 PC통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현재는 사라져 버렸기에 너무나 아쉽다. 게시판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떤 게시판에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개인 쪽지로 응원해 주는 분들이 몇 분 계셨다.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인가, 명동의 롯데호텔 베이커리에서 일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알리고, 그 당시 어떤 글에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글을 올려서인지 자기가 만든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다는 분이 계셨다. 당시에는 나도 서울에 살고 있었고 명동의 롯데호텔은 광화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가깝고 익숙한 곳이라서 정말이지 별 의심하지 않고 그분을 직접 만났었다. 난 그저 공짜 생크림 케이크에 눈이 멀어 있었다.


다행히 아무 사건도 없이 그분은 정말 그 베이커리에서 일하시는 분이었고, 아마도 30대일 것으로 추정되어 보이는 남자분이셨다. 롯데호텔 제과점 쪽에서 직접 만나서 케이크를 받았다. 그 후로 이동을 하고 잠실 롯데월드 옆에 있는 석촌호수 쪽에서 잠시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이 많이 편집되어서 도대체 어떤 루트로 이동을 하고 왜 석촌호수를 갔는지까지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낯선 그분에게 나는 별의별 말을 다 했다는 것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나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전부, 모조리 이야기했다. 집안 사정과 함께 현재의 상황은 이렇고,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노라고. 그분은 약간의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열심히 들어주셨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말해서인지, 그분께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다 이야기해도 괜찮은거냐? 라고 물어보셨다. 그때 했던 나의 대답이 확실히 기억난다.


"이제 다시는 못 뵐 분인 것 같아서 괜찮아요."


왜였을까, 어떻게 알았을까. 그 때의 나는 낯선 사람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던 걸까.


난 정말 그 후로 그분을 더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이때의 에피소드가 떠 오르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글 쓰는 사람들 중에 몇몇의 사람들은 속으로 꼭꼭 숨겨놓았던 이야기들을 글로 돌려 까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밖으로 꺼내고 싶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것 말이다.


직접적으로 말할기는 좀 그렇지만, 어딘가에는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은걸 조금이라도 돌려서, 또 비유해서, 또는 과장을 하고, 잘 추슬러서 단어, 문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표현되고,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혹은 몰라주기를 바라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쁘다.


7년 전에 두 번 까이고, 세 번째 도전이었는데 앞으로 열심히 돌려 까는 연습을 해야겠다.